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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명물을 찾아서] 수석박물관 개관 꿈꾸는 박병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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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모은 ‘신의 작품’ 3700점 “입소문 타고 서울서도 보러 오죠”

세상의 모든 모습이 돌에 표현돼 있다. 아무 움직임도 없는 단순한 돌이지만 우주의 삼라만상을 보는 것 같다.

3700여점의 수석을 수집한 박병선 전 순천시의원이 19일 앞으로 5000점을 모아 세계 최고의 수석박물관을 만들어 관광명소가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석박물관이 있다. 한 개인이 평생 수집한 돌들이다. 아직 외부인에게 공개하지 않았는데도 알음알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명품이 가득하다.

“사람이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돌 작품을 한데 모아 세계 최고의 수석박물관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2002년 전남 순천시 사무관으로 명예퇴직한 뒤 순천시의원을 지낸 박병선(65)씨는 지난 35년 동안 3700여점의 명석을 모았다. 비싼 가격으로 사고 싶다는 유혹이 많았지만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지금껏 한 개도 팔지 않고 모았다.

명석들을 ‘신의 작품’이라고 부르는 박씨의 ‘운산(雲山)수석원’은 264㎡(80평) 전시실 천장에까지 돌이 쌓여 있어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서울 등지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찾아오곤 한다. ‘문전박대’할 수 없어 박물관을 개관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겠다는 수십년간의 고집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초에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해 수석의 아름다움을 뽐냈다. 방송이 나간 뒤 순천시청 홍보과 전화가 마비될 정도로 문의가 쇄도했다.



박씨가 소장한 수석은 기존의 관상용 수석도 있지만,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무늬를 가진 문양 수석이 많은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로부터 수석 문화를 업그레이드했다는 찬사를 받는다.

전시실은 4군자 등 화려한 꽃과 ‘십이지신’(十二支神) 12동물, 아라비아숫자 1부터 10까지 새겨진 진기한 돌로 가득 찼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와 지도, 무궁화도 50여점 있으며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해 윤보선·최규하·노태우·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빼닮은 대통령 수석을 보면 눈길을 뗄 수 없다. 순천만을 상징하는 순천만 갯벌과 철새, ‘S자’ 수로, 갈대밭과 칠면초도 돌에 있다. 토끼가 달에서 방아 찧는 모습,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 나는 모습,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 낙안읍성과 각종 과일 문양, 강태공이 낚시하는 모습 등 경이로운 수석들이 끊임없이 보인다.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한다.

화가가 돌 위에 그림을 그린 듯 새겨진 각양각색의 문양들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로움마저 주고 있다. 태아부터 무덤까지 성장 단계, 십자가, 봄·여름·가을·겨울의 4계절, 바다, 동물 등 각종 생태계가 돌 안에 총집합해 있다.

돌 위에 그린 것 같아 수세미로 벅벅 문질러 봐도 벗겨지지 않는 수석의 그림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주제별로 나뉜 돌들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린아이들도 쉽게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문양이 선명해 오히려 아이들이 더 재밌고, 신난다는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성인들만 볼 수 있다며 따로 보관해 놓은 발칙한 ‘19금(禁)’ 수석 50여점은 남녀 성기를 닮아 은근한 볼거리를 준다.

박씨는 “이런 돌들이 물속과 땅속에서 수억만년을 파도와 물, 모래에 씻겨 닳고 닳아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는 게 얼마나 신기한 일이냐”며 “자연 그대로인 수석으로 순천을 알리고 나아가 세계인들이 한국을 찾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보였다.

박씨는 순천만 등 천혜의 관광지가 많은 지역에 또 하나의 관광지로 만들어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이 주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전시실이 협소하다 보니 개당 수백만원씩하는 돌 수십개를 바닥에 쌓아 놓을 정도라 3300㎡(1000평) 규모의 수석박물관을 짓는 게 그의 꿈이다. 가칭 ‘명품 국제 수석박물관’이다. 막대한 비용 탓에 선뜻 실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좋은 돌을 수집하는 데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소식을 들으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까지 한걸음에 달려간다.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이 발견되는 충북 충주 남한강과 단양, 강원 영월 등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석 산지인 중국 쓰촨·류저우·베이징 등까지 가서 구매한다. 최근 3개월 동안 중국에만 3번 다녀왔다.

“돌에도 나이가 있고 이름이 있고 생명이 있다”는 박씨는 “이것들을 보고 있으면 엔도르핀이 팍팍 솟는다. 한 편의 그림이다. 재미가 있고 기운이 넘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석에 대해 설명을 한다.

겨울철 순천만도 볼 겸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김모(68·서울 서대문구)씨 일행 5명은 1시간째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씨는 “너무나 신비롭고 정말 자연 그대로의 수석인지 몇 번이나 확인을 해보면서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며 “경이로운 돌들이 많아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정모(59·인천 계양구)씨는 “전설의 동물이라고 하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수석도 있다. 올해가 청마의 해인데 꼬리까지 달려 있는 말이 선명하게 새겨진 돌들을 보고 식구들 건강을 기원했다”며 “지금이라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면 관광 명소가 될 텐데 개인이 소장하고만 있어서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이렇게 수석을 모으기 위해 박씨는 공무원 월급을 몽땅 털어넣었다. 박씨는 “폭포를 보면 물소리가 들리고, 새를 보면 새소리가 들리고, 동물을 보면 동물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릴 만큼 35년을 수석과 함께 살아왔다”며 “공무원 생활 26년 동안 한 번도 봉급을 집에 가져다주지 못했지만 싫은 내색 한 번 안 하고 묵묵히 내조해 온 집사람에게 항상 미안함을 갖고 산다”고 말했다.

박씨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십자가가 27m인데 돌로 쌓아 이보다 더 큰 30m 규모의 돌탑 십자가를 남산타워처럼 만들 생각”이라면서 “앞으로 5000개까지 모아 세계인들이 이 신비하고 놀라운 수석을 보러 오게 만들어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14-01-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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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