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지사 “산업현장 인력난 심화...지역 맞

통계청 발표 ‘2020 고령자 통계’ 분석

경콘진, 투자사 4곳과 ‘경기 밸류업 인베스트 파

평균 27.9년… 부처별 최대 13년 11개월차 행복도시건설청 17년 4개월로 가장 빨라 세종시 평균 17.6년… 전남은 28.3년 걸려

젊은 공무원 챙기기 봇물… “사기 올라” “급여

공사 관계자들 “한밤 파쇄석 500t 운반” 스카이칠십이 “금시초문, 말도 안 된다” 인천공항공사 “사실 확인 땐 법적 조치”

“이순신 장군 애민 정신 본받아야”…현충사 우물물

통계청 발표 ‘2020 고령자 통계’ 분석

[명인·명물을 찾아서] 국내 유일 성씨공원 대전 ‘뿌리공원’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내 뿌리를 찾아라”… 136개 문중 역사 한눈에

우리나라 사람만큼 조상과 족보를 중시해 온 민족이 있을까. 이 같은 정서를 오롯이 담은 ‘뿌리공원’이 대전 중구 침산동에 있다. 요즘은 그 정서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연간 100만명이 찾을 정도로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인솔 교사를 따라 대전 뿌리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일제히 성씨 조형물을 쳐다보며 조형물에 새겨진 글씨를 읽고 있다.
대전 중구 제공




대전 뿌리공원 안에 들어선 족보박물관. 오래된 족보와 고문서 등 유물 46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대전 중구 제공



이곳에는 136 문중의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충주 박씨, 진주 강씨, 안동 권씨 등 유명 문중은 물론 대구 빈씨, 곡부 공씨, 장흥 위씨, 행주 은씨 등 희귀(?) 문중까지 즐비하다. 2000년 통계청 조사에서 우리나라 문중이 286개 성에 4179개 본관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극히 적지만 국내 유일의 성씨 공원이어서 큰 관심을 끈다.

이 공원은 1997년 11월 부지 11만㎡ 규모로 문을 열었다. ‘양반의 고장’에 걸맞게 효 정신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조성됐다. 중구는 원하는 문중에 9㎡의 부지를 제공했고, 허가를 받은 문중은 자기네 성씨 조형물을 만들어 세웠다. 조형물 크기는 높이 3m, 폭 2m로 제한됐다. 재질은 대부분 오석 등 돌이다. 일부 철제를 섞어 제작한 조형물도 있지만 대리석은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허가되지 않았다. 지금도 이 기준에 맞춰 만든다.

조형물은 앞면에 각 문중의 유래와 역사적 인물이나 유명인 등을 담았고, 뒷면에는 조형물 설립자 이름 등을 자유롭게 표기하도록 했다. 전건수 중구 주무관은 “방문객의 20~30%는 외지인인데 공원이 안영IC 바로 옆이어서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학생이나 관광버스로 다른 관광지를 찾았다 들르는 단체 방문객도 많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이런 공원이 있는 게 신기하다’는 것부터 자신의 문중에 자부심을 느끼거나 ‘우리 문중은 왜 없느냐’는 반응 등 다채롭다. 일부 나이 든 어른들은 조형물 앞에서 절을 하기도 한다.

조형물에 새길 문구를 놓고 종원들 간에 승강이도 벌어진다. ‘벼슬이 더 높은 아들을 시조로 하자’와 ‘뭔 소리냐, 그래도 아버지인데’라고 옥신각신하고, 문중의 유래를 기록할 때 문중의 역사 인물 중 중심을 누구로 할 것이냐를 놓고 입씨름을 벌인다. 또 본관이 같아도 원씨족과 일본에서 온 씨족 간에 이견을 보이는 문중도 있다. 조형물 앞에 새겨지는 글자수는 400~500자로 제한돼 문중이 자랑하고 싶은 내용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입성하려는 문중이 많자 중구는 2단계로 내년 상반기까지 22억원을 들여 현 공원 뒤에 1만 5000㎡를 추가로 확장해 90개 성씨 조형물을 더 만든다. 이곳에는 충무공 이순신과 율곡 이이를 배출해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가 중 하나로 꼽히는 덕수 이씨 등의 조형물이 들어설 계획이어서 공원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뿌리공원 안에 ‘족보박물관’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방대한 가계(家系) 기록이 담긴 족보를 보유하고 있는 민족임을 보여 주는 장소다. 2010년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1733㎡로 문을 연 이곳은 전시실, 수장고, 정보자료실, 문중협의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족보와 고문서 등 모두 4600여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눈에 띄는 유물이 여럿 있다. 고려 김방경 장군의 후손들이 1580년대 간행한 안동 김씨 성보는 박물관에서 가장 오래된 진품이다. 1476년 발간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족보책인 안동 권씨 성화보 복사본도 있다. 돌로 만든 연산 서씨 석보 4판도 볼 수 있다. 12세 외손까지도 기록한 충주 박씨의 1853년에 만든 내외 자손보는 특이하다.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를 적은 ‘문보’와 무과 급제자를 기록한 ‘무보’도 볼 수 있다. 특히 충무공 후손들이 부채처럼 접고 펼 수 있도록 만들어 직계만 담은 휴대용 족보 ‘가승’(家乘)은 큰 호기심을 일으킨다. 심민호 박물관 학예사는 “전시실은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족보를 확보해 전시하고 있다”면서 “박물관을 찾으면 시대별로 족보가 어떻게 변화됐는지, 조선시대 왕족의 족보는 어떤 모양인지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족보 보는 법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박물관에서는 종가 및 가족 문화를 가르치는 족보대학도 열린다.

뿌리공원은 꽃이 여기저기 피어 산책하기도 좋다. 공원 옆 유등천 상류에 수변무대가 설치돼 수시로 음악회 등이 열린다. 잔디광장과 정자도 갖춰져 발걸음을 멈추고 쉴 수 있다. 야영장도 있다. 텐트 임대를 포함해 하루 2만 5000원으로 비싸지 않다. 하천에선 개인이 운영하는 오리배도 탈 수 있다. 걸어서 15분쯤 거리에 오월드가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은 동물원, 놀이시설, 꽃동산 등으로 구성된 대전 최고의 테마파크다.

중구는 앞으로 뿌리공원을 더욱 확장해 한국 성씨의 메카로 키울 계획이다. 300억원을 들여 공원 인근에 30만㎡ 규모로 3단계 공원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성씨 조형물을 계속 늘리고 내년에 문을 여는 효문화진흥원에 유교문화체험관과 한옥 숙박시설 등 방문객들의 체험 공간을 만든다. 뿌리공원을 단순히 보는 곳이 아닌 체험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더욱 진화시키려는 의도다.

전 주무관은 “9월 말 이곳에서 열리는 대전 효문화 뿌리축제가 7회째로 접어들면서 성씨 공원으로서 갈수록 입지를 다지고 있다”며 “뿌리공원을 최고의 명소로 키우기 위해 오는 10일부터 외지인에 한해 성인 2000원 등 입장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15-04-06 14면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블로그

츮  ڶŸ Ÿ&

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