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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천국’ 제주 사람들 이야기’

제주에 사는 직장인 김모(48)씨는 전기자동차(SM3)를 몰고 하루 왕복 90㎞ 출퇴근길을 달린다.


지난해 열린 전기차 보급 확산과 홍보를 위한 제주 전기차 퍼레이드 모습.
제주도 제공

전기차 충전요금은 한 달에 5만원 안팎. 김씨는 요즘 기름값 걱정 없는 전기차의 매력에 푹 빠져 산다.

육지에서 해상을 통해 기름을 실어 오기 때문에 제주는 전국에서 기름값 비싸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비싼 기름값 탓에 평소 100~200원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려야 했던 김씨다. 김씨는 “예전에는 값싼 주유소가 있다는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지만 이젠 옛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요즘 제주의 도심이며 한적한 시골길에서도 소리 없이 씽씽 달리는 전기자동차가 더이상 낯설지 않다. 읍·면·동사무소 등 공공 기관과 일반 단독주택, 아파트 공동 주차장 한편에 전기차 충전기가 나란히 들어선 모습은 제주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전기차 천국을 꿈꾸는 제주는 전국 최고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해 가며 전기차 보급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름차를 버리고 전기차로 갈아탄 제주 사람들의 전기차 라이프를 들여다봤다.


●기름값 걱정 뚝, 굿바이 주유소

김씨는 지난 1월 전기자동차로 갈아탔다. 제주에서도 시골 중의 시골인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 자택에서 제주시내 직장까지 매일 왕복 90㎞ 이상을 운행한다. 제주시내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2년 전 전원생활을 꿈꾸며 청수리 시골마을에 집을 짓고 이주, 매일 제주시내까지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한다. 하지만 전원생활의 기쁨도 잠시, 시골로 이주한 후 자동차 기름값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제주시내 거주 당시 월 20만원 정도였던 자동차 기름값이 시골마을로 이주한 후 출퇴근만 하는데도 월 40만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김씨는 지난해 하반기 제주도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공모에 신청,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요즘 월 5만원 정도의 전기차 충전요금을 낸다”며 “예전의 차량 기름값에 비하면 거의 공짜로 차를 타고 다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또 “밤 11시 이후 심야 시간대에는 전기차 충전요금이 4분의1 수준이어서 자기 전에 충전하면 전기요금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자동차세는 연간 12만원. 예전에 타던 경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은 자동차세와 환경부담금 등을 합쳐 연간 50여만원을 부담했다.

전기차로 바꾼 후 김씨의 출퇴근길에는 작은 행복이 더해졌다. 김씨는 “전기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엔진 소음이 전혀 없어 운전을 하면서 또렷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어 출퇴근길이 지루하지 않고 즐겁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전기차(기아 RAY)를 타고 있는 임모(52)씨는 1년이 넘도록 전기차 충전기 기본요금 수준인 2만여원만 낸다. 집에도 충전기가 설치돼 있지만 임씨는 주로 공공 기관에 설치된 충전기를 수시로 이용한다.

한국환경공단과 제주도 등이 설치한 공공 전기차 충전기는 전기차 보급 확산 등을 위해 현재 전기 충전이 무료다. 한국환경공단은 올 하반기부터 공공 기관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이용 시 전기요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제주시 노형동에 사는 박모(41)씨도 요즘 전기차(기아 SOUL) 덕에 효자 소리를 듣는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서귀포시 표선면 시골마을 고향집에서 혼자 사는 팔순 노모를 자주 찾는다. 박씨는 “예전에는 자동차 기름값 부담 탓에 전화만 드리고 월 1~2회 정도 고향집을 찾았으나 요즘은 주말마다 고향집을 찾아 노모를 보살펴 드린다”며 “전기차가 효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 자녀를 두고 있는 양모(44)씨는 최근 전기자동차 보조금 우선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주택용 충전기가 설치되면 조만간 소형 전기차(기아 RAY)를 인도받는다. 양씨는 “주 3회 재활치료를 위해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하지만 버스는 불편해 주로 택시를 이용, 교통비 부담이 컸다”면서 “보조금 이외 전기차 구입비용은 장기 할부로 해서 당장 목돈 부담도 없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전기차(기아 SOUL)를 탄다. 지난해 7월 취임과 함께 전기차 홍보맨이 되겠다며 관용차를 전기차로 바꿨다. 그동안 제주지사는 최고급 체어맨 승용차를 관용차로 이용해 왔다. 운전기사는 “차체가 비좁지만 원 지사는 그동안 불편하다는 소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한라산 고지대를 횡단하는 5·16도로의 가파른 오르막도 거뜬하게 올라가고 내리막에는 자가 충전도 돼 관용차로 불편한 게 없다”고 말했다.

●아직은 글쎄? 불안한 배터리

지난 1월 전기차(기아 SOUL)를 구입한 고모(50)씨는 아직 예전에 타던 일반 승용차를 처분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보급 중인 전기차는 차종별로 완전 충전 시 130~150㎞ 정도 달릴 수 있다. 제주시내에 살고 있는 고씨는 지난 1월 가족을 태우고 제주 동쪽 끝 성산일출봉에 나들이를 갔다가 낭패를 봤다. 출발 전에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왕복 130㎞ 거리를 확인, 150㎞ 완전 충전을 한 후 떠났지만 돌아오다가 배터리가 모두 소모됐고, 주변에 공공 충전기를 찾지 못해 제주시 외곽 도로에서 견인차를 불러야만 했다. 고씨는 “가족 4명을 태운 데다 추워서 히터까지 튼 때문인지 배터리가 예상보다 빨리 소모됐다”며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지면 왠지 불안하듯 전기차를 운전할 때마다 배터리 잔량 표시에 눈이 가는 등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고씨는 당분간 일반 승용차도 처분하지 않고 보유할 생각이다.

이동 중 배터리가 떨어지면 이용 가능한 제주의 공공 전기차 충전시설은 급속 49대, 완속 173대(2014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특히 공공 기관에 설치된 충전기는 관용 전기차들이 모두 선점해 일반인은 충전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모(44)씨는 전기차 신차를 인도받은 지 두 달 만인 지난달 2월 중순 갑자기 차가 도로에 서 버렸다. 서비스센터에서는 전기부품(인버터 전기모터)이 불량이라며 부품 가격은 290만원이라고 했다. 이씨는 “무상 서비스 기간이 5년이어서 부품값과 수리비는 내지 않았지만 서비스 기간이 끝난 후 고장이라도 나면 부품 교환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비스센터 직원이 전기자동차는 아직 초기여서 부품의 안정화가 안 된 상태로 고장이 잦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해 줬다”고 전했다.

●전기차 보조금은 로또? 삼수는 기본

제주도는 최근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자 1483명을 선정했다. 모두 3268명이 신청, 공개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2200만원(국비 1500만원, 지방비 700만원)을 지원해 준다. 완속충전기 설치비 600만원도 따로 지원한다.

그동안 꼭 전기차로 갈아타겠다며 보조금 공모에서 2차례 낙방하고 세 번째 도전한 46명은 이번에 우선 보급 대상자로 모두 선정됐다. 보급차종은 기아 SOUL과 RAY, 삼성 SM3, 쉐보레 스파크, BMW i3, 닛산 리프 등이다. 이들 차량이 조만간 인도되면 제주를 달리는 전기차는 모두 2335대로 늘어난다. 이는 서울시 등 전국 전기자동차 6700대의 40%를 넘는 수치다. 제주도는 내년엔 5000여대의 전기차를 민간에 추가 보급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비 지원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주도 관계자는 “전기차 이용자는 충전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올 하반기에 민간 업자들이 유료 충전시설 구축에 나서면 앞으로 전기차 충전이 훨씬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2015-05-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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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