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험생들 응원 나선 동작구
“많은 노량진 청춘들이 머리를 숙이며 땅만 보고 길을 걸어요. 그래서 가로등을 이용해 길바닥에 수험생에게 보내는 응원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동작구가 이를 수용해 이달 중에 5곳에 설치하기로 했어요.”
동작구 노량진역에서 6일 만난 최현우씨(29)씨는 “취업 스펙을 만들려고 2013년부터 수험생 응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5개 기업에서 입사를 권유받았다”면서 “하지만 힘내라는 말도 사치인 수험생들을 보면서 취업 대신 이 일을 택했다”고 밝혔다.
가로등 문구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힘내’,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오늘 하루 당신으로 인해 행복이 시작되었고 감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죠? 수고했어요’, ‘당신은 지금도 아름답지만 웃을 때 더욱 아름다워요’ 등으로 결정했다. 가로등이 이들 문구를 땅바닥으로 쏘아준다.
안전등급 C등급으로 이달 철거되는 노량진역 육교에는 구가 지난달 23일부터 추억을 나누는 게시판을 10m 길이로 설치했다. 수험생들은 ‘누구나 다 잘될거야’, ‘해 뜨고 지는 언제나 이 길을 걸었다’, ‘여기에 한 인생 있었다’, ‘나도 뜨고 싶다’ 등의 글을 여백 없이 적었다. 이날 육교에서 만난 최모(29)씨는 “수원에서 노량진까지 왕복 2시간 다니며 매일 10시간 이상을 공부한다”면서 “내년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 그만두겠지만, 같은 시대에 이곳에서 함께 공부한 얼굴 모르는 이들 모두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는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오는 24일 구청 마당에서 ‘노량진 놀다방 페스티벌’을 연다. 이날만큼은 이겨야 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게임에 지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영화를 상영하고 재즈, 힙합 공연을 연다. 마사지, 족욕, 스트레스 점검을 해주고 누군가에게 응원의 손편지를 쓸 수 있다. 이창우 구청장은 “취업도, 사랑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 청춘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노량진에서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청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