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소리’에도 검색 생략… 점심 때도 사무실 문 활짝… CCTV도 없어
실·국 모든 과 한 사무실 사용 출입문 중 하나만 열려도 보안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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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사 철문 잠정폐쇄… 출입구 혼잡 7일 점심식사를 마친 공무원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 안내실을 통해 청사 안으로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전날까지 안내실 바로 옆 철문에서도 공무원 신분증만 제시하면 청사 건물로 들어갈 수 있었으나 공시생 침입 사건 이후 출입 통제가 강화되면서 철문이 잠정 폐쇄돼 안내실 쪽 출입구가 혼잡을 빚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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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8시 30분 해양수산부 등이 입주해 있는 정부세종청사 5동. 건물 진입을 위한 ‘스피드게이트’ 앞에서 평상시에 안 하던 가방 검색이 이뤄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공항처럼 사람도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고 ‘삐 소리’가 나면 소지품 검사도 진행해야 했지만 모두 생략됐다. 가방만 보안검색대에 올려놓고 모두 검색대를 돌아서 지나갔다. 오후 2시. 이때도 달라진 건 없었다. 정부청사관리소 방호안전과 관계자는 “원래는 공항 검색대처럼 꼼꼼하게 해야 하는데 안전보다 불편함 때문에 생략한 거 같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가 일개 ‘공시생’에게 뚫리면서 정부청사의 안전과 보안에 비상이 걸렸지만, 세종청사는 여전히 무감각했다. 이날 아침부터 청사 경계령이 내려졌지만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보니 곳곳에서 ‘안전·보안 매뉴얼’과 다른 광경이 포착됐다.
근무 시간일지라도 보안상 사무실 문을 닫아 놓는 게 맞지만 대부분 활짝 열어 놓았다. 불편하다는 게 이유였다. 심지어 사람이 없는 점심때도 사무실을 열어 놓은 곳이 적지 않았다. 세종청사는 각 과가 별도 공간으로 분리돼 있지 않다. 같은 실·국에 소속된 모든 과는 넓은 사무실을 함께 쓴다. 보통 1개 실·국 사무실에는 문이 3~4개 있는데, 문을 1개만 열어 놓아도 모든 과를 다 돌아다닐 수 있다.
낮 12시 20~30분 세종청사 한 부처 3~7층 사무실을 모두 확인한 결과, 각 층 사무실의 80% 이상이 불이 꺼진 채 활짝 열려 있었다. 사무실에 불쑥 들어가 봤지만 제지하는 직원은커녕 책상에 앉은 직원조차 잘 볼 수 없었다. 어두운 탓에 사무실 책상을 뒤지더라도 눈에 잘 띄지 않을 것 같았다. 사무 공간에는 프라이버시 문제로 폐쇄회로(CC) TV도 없다. 끝에서 끝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었을 때 2분 정도 걸리는 큰 사무실에 직원은 고작 2~3명뿐이었다. 방호실 관계자는 “점심 시간 절전을 위해 소등하는 것은 권장 사항이고 사무실 문을 닫아 놓는 것은 의무 사항”이라면서 “직원이 많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점심 시간 때 몇몇 직원만 남은 상태에서 불까지 꺼 놓고 사무실 문을 열어 놓으면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무실 문을 항상 열어 놓다 보니 세종청사에서는 전자잠금장치(도어록)가 큰 의미가 없다. 각 동 정문과 건물 스피드게이트만 통과하면 사무실 출입에 전혀 제한이 없어서다. 사무실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도 굳이 비밀번호를 누를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건 들어올 수 있다. 미화원들은 서울청사에서 발생한 도어록 옆에 붙인 비밀번호를 의식한 듯 “청소하는 구역 사무실의 비밀번호를 다 외우고 있다”고 했다
정문과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는 세종청사 출입증 관리도 허술해 보인다. 정부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출입증 분실 신고는 각 부처 인사과에서 취합한다”면서 “(우리는) 관련 통계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6-04-08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