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엔 양배추·상추 등 친환경 텃밭, 주차장엔 태양광 집광판…
“이놈들이 아주 효자예요. 전기료도 아껴 주고 먹을 수도 있으니까….”
26일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 구청사 옥상에 심은 양배추와 상추, 장미허브, 쪽파 등에 물을 주며 말했다. 이곳은 노원구가 2013년 조성한 친환경 텃밭이다. 텃밭을 꾸미니 꿀벌이 날아들어 멋진 풍경까지 덤으로 얻었다. 김 구청장은 “옥상을 녹색식물로 덮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전기 절약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2010년 김 구청장 취임 이후 ‘녹색도시’로 변신하는 노원구에서 구청사가 ‘실험실’ 역할을 한다.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절약할 수 있는 각종 아이디어가 구청사에 도입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태양광 발전시설이다. 구는 3년 전 청사 1층 주차장에 195.24㎡짜리 대형 태양광 집광판 2대를 설치했다. ‘노원 햇빛과 바람 발전소’라고 이름 붙여진 이 시설이 지금껏 생산한 전력량은 10만 848㎾로 1130만원의 가치가 있다. 청사 외벽에도 미니 태양광 집광판 176개가 다닥다닥 붙어 매년 6만 4760㎾의 전력을 만든다. 노원구 관계자는 “‘지역 내 모든 건물을 미니 발전소로 만들겠다’는 것이 김 구청장의 목표”라면서 “지금껏 1922개의 미니 태양광 설비를 일반 가정 등에 보급했는데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구 공무원들이 쓰는 ‘미니PC’도 주목할 만하다. 이 PC는 보통 PC의 7분의1 크기인데 전기사용량은 65W가량으로 기존 PC(450W)의 14% 수준이다. 구는 지난달부터 행정용으로 미니PC 13대를 구입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또, 청사 내 전등을 기존 삼파장 램프에서 에너지효율이 나은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교체하고 직원들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소소한 노력을 함께 벌인다. 김 구청장도 평소 집무실에 홀로 있을 때는 전등을 최소한으로만 켜 두는 게 습관이 됐다.
김 구청장은 “궁극적으로는 구청사를 외부 전력이 전혀 쓰이지 않는 ‘에너지 제로’ 건물로 만들고 싶다”면서 “기초지자체가 작은 녹색 정책들을 실천해 성공해 가면 국가 정책을 세우는 데도 큰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