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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장 25시] 경부고속도 지하화·한양판 프로젝트… 21세기 도시모델 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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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대한민국 ‘신영토 확장’의 모델이 서초에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비롯해 21세기형 도시개발을 서초에서 이끌겠습니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에게 2017년은 ‘프레임을 깨는 해’이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양재 R&CD 특구 조성 등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국가적 과제를 눈앞에 둔 이유에서다. 올해 초선 막바지 4년차인 조 구청장은 “경부 고속도로 지하화는 돈 들이지 않고 국토 공간을 ‘입체형’으로 넓히는 구상으로, 저의 정유년 최대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티핑 포인트’라는 말이 있다. 물이 99도까지 잠잠하다가 100도에서 끓어 넘치듯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가리키는 말”이라며 “제 앞에서 일하신 분들과 서초 주민들이 99도까지 만들어 놓으셨고 저는 마지막 1도만 채웠을 뿐”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서초구 제공

지하화 사업의 핵심은 상습 정체구간인 양재~한남 IC에 자동차 전용 지하터널을 만들고, 강북으로 바로 빠지는 급행터널(Speed Way), 강남권을 오가는 완행터널(Local Way)로 분리하는 것이다. 지상은 녹지공원, 문화관광 복합지구가 조성돼 서울의 랜드마크로 탈바꿈한다. 조 구청장은 “일각에서 ‘강남만 위한 개발’이라며 반대하는 근시안적 시각이 안타깝다”면서 “고정관념을 벗어나 세금을 투입하지 않고 지하공간을 개발해 국토를 확장하는 내셔널 프로젝트(국가적 과제)로 봐야 한다. 궁극적으로 서울 도시와 국가 경쟁력을 높여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라고 제시했다. “지하개발 때 여의도 면적의 2.5배인 60만㎡의 가용토지가 발생한다. 그 땅에 사람 중심 ‘그린 인프라’를 만들고, 제4차 산업혁명의 거점으로 이용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지난해 8월 서초 아버지센터 개소식.
서초구 제공


지난해 10월 서리풀 페스티벌에서 조 구청장이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반포대로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서초구 제공

●“세금 안 들이고도 입체개발 가능”

최근 나온 용역 보고서는 공사비는 총 3조 2009억원이지만, 개발한다면 재원으로 5조 3389억원까지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했다. 공공기여금 2조 1063억원, IC·광장부지 매각 2조 7004억원 등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입체개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조 구청장은 “도로 위에는 차만, 공원용지에는 공원만, 주거용지에는 집만 들어서야 한다는 생각은 20세기식 사고다. 경부 고속도 지하화가 실현되면 도로와 녹지대, 문화지구가 한 공간에 중첩된다”며 “올해 목표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앞세웠다. 그는 “길을 뚫는 자는 흥하고, 성을 쌓는 자는 망한다”며 고대 로마의 격언을 상기시켰다.

취임 당시 구상한 ‘나비 플랜’은 이제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단계다. ‘서초의 단절된 동서축을 이어 지역발전의 고리로 삼겠다’는 나비플랜은 경부 고속도로 지하화, 양재 R&CD 특구 조성이 핵심. 조 구청장은 “양재 특구는 애초 서울시가 대기업 지역만 특구로 지정했는데, 우리가 중소기업 지역까지 포함해 달라고 요구해 규모를 2배로 키워 현재 준비 작업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남-양재-판교를 잇는 ‘한양판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라고 내세웠다.

●취임시 구상 ‘나비플랜’ 비상하는 단계

조 구청장은 별명도 많다. 대표적인 게 ‘복(福)손’. 이해관계가 칡처럼 얽힌 숙원 사업들을 손대는 곳마다 시원스레 풀어낸 데서 유래했다. 대표적 사례가 정보사 터널 착공이다. 그는 취임 직후 1주일 만에 정보사령관·국방부 차관을 잇달아 면담하고, ‘터널 착공, 정보사 부지에 아파트 건설’ 패키지로 묶여 있던 것을 별개로 협의하는 투 트랙 해법을 제시해 관철했다. 그는 “구청과 국방부, 서울시가 일괄타결 선택지만 놓고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생각을 비틀면 해법이 보인다”며 웃었다. 정보사 터널 공사는 현재 공정률 30% 단계다.

현재의 구청사를 갖게 된 사연도 마찬가지다. 1만 3200㎡(약 4000평) 상당의 서울시 소유 구청사를 서초구 공원토지 3300㎡(약 1000평)와 맞교환함으로써 27년간의 셋방살이에서 탈출했다. 40여 년간 고물상 등 쓰레기 더미에 묻혀 있던 방배동 국회단지, 제2의 구룡마을인 성뒤마을 역시 현장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며 각각 전원주택 단지·공영 개발키로 했다.

하지만 ‘서초구만 홀로 튀어선 절대 안 된다’는 게 조 구청장의 철칙이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넬슨 만델라의 ‘2등 정신’을 강조한다. 그는 “기러기가 나는 모습을 보면 서로 교대로 앞장서서 무리를 이끌고 간다”며 “서초와 다른 지자체가 함께 보조를 맞춰가면서 협력해야 동반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기존 틀 깨는 정신으로 숙원사업 해결

일간지 기자, 청와대 문화관광·행사기획 비서관, 한양대 겸임교수,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정무부시장 등 분야를 넘나드는 경력은 지방자치정부를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

조 구청장이 존경하는 인물은 조선 대왕 정조,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공통 키워드는 ‘기존 틀에서 벗어난 사고’라는 점이다. 그는 “미국 공화당 상징이 코끼리인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명령문을 듣는 순간 역설적으로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면서 공화당적 사고의 틀에 갇히게 된다”며 “짜인 틀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행정의 가장 큰 적”이라고 단언했다. 청와대 비서관 시절, 폐지 위기를 맞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재국과 경주관광개발공사를 오히려 독자적인 문화재청으로 분리하고, 경주관광개발공사로 승격시킨 것도 틀에 얽매이지 않은 사고 덕분이다. 그 덕분에 문화행정의 단초를 마련했다.

서초구에서는 최고 권력이지만, 서울시와 협조하고 타협해야 일을 성사시킬 수 있다. “마을버스 노선 하나 바꾸는 게 구청장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잦더라”며 하소연도 했다. 2015년 11월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한 서초21번 노선을 바꿔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지만 이듬해 불허 통보를 받았다. “시내버스는 물론 마을버스 노선 변경 역시 서울시가 ‘노’(No)라고 하면 따라가야 하는 신세”라고 했다.

어렸을 적 꿈이 영화감독이었을 만큼 영화광인 그는 “쉬는 주말엔 밀린 영화나 ‘미드’(미국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본다. 요새는 중국 드라마 ‘초한지’에 빠졌다”고 했다. 올해 목표에 대해 “비전은 담대하게, 실행은 섬세한 엄마 마음으로 뒷골목 보도블록 한 장, 가로등 하나까지 꼼꼼히 살피겠다”며 “어르신·어린아이·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 더욱 따뜻하고 행복한 도시 서초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7-02-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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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