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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런 런던 날씨… 그러나 오보에 관대할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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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형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 주무관의 국외장기훈련 체험기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된 지난해 기상청은 연일 잘못된 날씨 예측 탓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오보청’, ‘구라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기상청이 전문 예보관 양성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상청은 예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영국의 수치예보모델(UM)을 들여와 이들 나라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를 제외하고 단일 국가 중 가장 우수한 수치예보모델을 보유한 기관으로 손꼽힌다. 3년 전 이곳으로 혈혈단신 훈련길에 오른 공무원이 있다.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 수치모델개발과에서 일하는 손주형(40) 주무관이다. 서울신문은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영국 기상청에서 고군분투한 손 주무관의 경험담을 들어 봤다.
손주형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 주무관

# 평생 한 분야 연구해 온 예보관 신뢰도는 높아

훈련을 떠나기 전까지 영국 국민은 오보에 관대할 줄로만 알았습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워낙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데다, 영국인들은 웬만한 비가 아니면 우산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빗나간 예상이었습니다.

잘못된 날씨 예측이 담긴 기사에 대한 악플도 우리나라 못지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예보 자체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평생 한 분야를 연구해 온 예보관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편이었습니다.

1854년 설립된 영국의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기상청과는 조금 다릅니다. 기상청 소속의 국립기상연구소에 좀더 가까운 책임운영기관입니다. 영국은 기후·단기·중기·초단기 예측을 포괄하는 통합모델을 운영합니다.

우리나라도 이 모델을 2010년 들여와 운영 중입니다. 영국의 통합모델 도입은 슈퍼컴퓨터 계산 능력 향상이나 수치예보 성능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나라와 파트너로서 모델을 개선하는 데 협력하고 있습니다.

영국 기상청의 업무는 행정, 연구 2가지 파트로 구분됩니다. 과학 파트에서는 기상청 소속의 수치모델링센터나 국립기상과학원처럼 연구 기능을 담당합니다.

우리나라는 직급에 기반해 업무가 달라지지만, 이곳은 시니어급 연구자라면 누구나 관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평생 연구에 전념하고 싶은 경우 연구자로만 남는 게 가능합니다.

관리자가 되면 행정 업무가 많아져 연구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에 후자를 택하는 직원도 적지 않습니다. 인사에 있어서는 개인의 의견이 가장 존중됩니다.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영국 기상청 직원들은 전문성이 상당합니다. 퇴직 후에도 파트타임으로 얼마든지 일하며, 중요한 개발 업무에도 참여합니다. 이런 인사·조직 시스템이 세계적인 과학자를 낳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부러웠습니다.

제가 2년간 맡은 연구 과제는 ‘위험기상 대응능력 강화를 위한 상세규모 수치예측 기술 습득’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례에서도 보듯이 수치예보 모델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더라도, 예보의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특히 여름철 집중 호우, 안개 발생 등 기상현상은 규모가 작고 발생 시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예측이 더 어렵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많은 기관에서 도입하고 있는 것이 ‘앙상블 예측 모델’입니다. 기본 조건을 다르게 설정한 여러 개 모델을 동시에 운영하는 기법입니다.

# 칸막이 없는 사무실… 격의 없는 소통

토양이 머금고 있는 수분은 지상의 기온뿐만 아니라, 급격히 발달하는 대류성구름 예측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기 중 부유하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작은 입자인 에어로솔이 지상에서 발생하면 안개를 발생시킵니다.

토양 수분과 에어로솔 이 2가지 불확실성을 앙상블 예측 모델에 적용해 보는 연구를 도맡았습니다. 토양 수분은 영국 기상청의 대류 규모 앙상블 예측 모델에 조만간 적용될 예정입니다.

기상청에서 맡았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구성원의 국적이 인도, 아프리카, 동남아, 중국, 일본 등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전 직원을 상대로 한 다양성 교육도 이뤄졌습니다. 매주 수요일 점심을 함께하며 나라별 문화를 소개하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 연구원, 현지인 1년차 직원과 동일한 규정 적용

또 영국 기상청은 신규 직원이 왔을 때 처리해야 할 사항에 대한 매뉴얼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시스템 세팅, 일주일 내 업무 환경 (책상, 의자, 모니터 높이 세팅) 적립 등 아주 소소한 부분까지 매뉴얼화돼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출근 첫날 곧바로 업무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 전체에 칸막이도 없을 뿐더러, 직원들 간 소통이 자유롭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국 전체 회의에서는 상급자가 현안을 브리핑하면 직원들은 격의 없이 질문을 합니다. 분기에 한 번씩은 연구 파트 전체 브리핑이 있어 업무가 공유됩니다.

방문 연구원에게는 현지인 1년차 직원과 거의 동일한 규정이 적용됩니다. 신규자 교육 기간은 1주일이며, 연간 25일 휴가가 주어집니다. 근무 시간은 주 38시간으로 초과 근무 시 반드시 그만큼의 휴식 시간이 주어집니다.

가족 동반으로 훈련을 떠나는 분들에 비하면 준비해야 할 사항이 단출했습니다.

앞으로 국외장기훈련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팁을 드리자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익숙하거나, 기상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다면 훈련을 받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리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7-03-20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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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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