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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도시재생 공공 디벨로퍼가 이끈다] “단순 개발은 ‘먹튀’… 진정한 디벨로퍼는 지역 발전까지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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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끝> 변창흠 SH공사 사장

“민간 디벨로퍼는 수익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땅을 저렴하게 매입한 뒤 개발하고 분양하는 데만 열을 올립니다. 지속적인 운영, 관리를 통해 지역 발전을 꾀하고 지역의 자산 가치를 올리는 건 등한시합니다. 소위 ‘먹튀’(먹고 튀기)를 하는 겁니다. 이제는 공공이 디벨로퍼로 나서 분양 위주의 단순 개발이 아니라 지역 발전과 지역 재생을 함께 추구해 나가야 합니다.”

변창흠(52)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의 ‘공공 디벨로퍼’ 역할론이다. 공공 디벨로퍼는 공공성을 토대로 개발뿐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 운영을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끄는 부동산 개발업자를 의미한다. 변 사장이 2014년 11월 SH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처음으로 만든 용어로, 지금은 사회 전반에 통용되고 있다.

변창흠 사장이 11일 서울 강남구 SH공사 사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역 발전과 재생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공공 디벨로퍼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다른 지방공기업도 공공 디벨로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공사가 주축이 돼 공공 디벨로퍼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11일 서울 강남구 개포로 SH공사 사장실에서 만난 변 사장은 공공 디벨로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해외 선진국은 개발 초기부터 준공, 분양 뒤 지속적인 운영, 관리까지 염두에 두고 사업 기획을 합니다. 부동산 자산 가치도 주변 지역 발전까지 포함해 판단합니다. 부동산 개발 때 단기 이익 극대화만 생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구상합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디벨로퍼입니다.”

●변 사장 ‘공공 디벨로퍼’ 용어 만들어

디벨로퍼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지금은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디자인이나 기능적으로 얼마나 창의적인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됩니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땅값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디벨로퍼의 능력에 따라 불가능한 사업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변창흠 사장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내 서울식물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SH공사 제공

변 사장은 공공 디벨로퍼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로 ‘사업 복합화’를 꼽았다. “빨리 싸게 많이 지어 공급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주거, 오피스, 상가, 쇼핑몰, 문화 공간 등이 어우러진 복합개발을 해야 하는 ‘복합화 시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사들은 이런 복합개발을 기획하고 관리, 운영한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민간이 그 역할을 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기보다는 공공이 나서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 선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변 사장은 SH공사 출범 이후 최연소로 수장 자리에 올랐다. 사장 취임 당시 SH공사의 변화를 이끌 혁신과 변혁의 상징적 존재로 평가받았다. 실제 변 사장 취임 이후 SH공사의 체질이 확 바뀌었다. 상급기관에서 시키는 것만 하던 데서 벗어나 자율적·창의적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해 내는 조직으로 거듭났다. 명실상부한 공공 디벨로퍼로 자리매김했다.

SH공사는 서울시 전액 출자 산하 공기업으로 1989년 2월 출범했다. 대규모 택지개발, 공공주택 건설, 임대주택 관리가 주된 목표였다. 그동안 서울시 주거면적의 5%에 달하는 17.8㎢ 규모의 택지를 개발, 공급했다. SH공사가 공급한 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은 60만명이 넘는다.


“과거 SH공사는 서민들에게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그것을 관리만 해 왔습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으로 도시재생 틀을 짜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의견을 나누며 지역 나름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위에서 시키는 것, 즉 값싼 주택을 빨리 많이 공급하는 것만 해 왔습니다.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공공 디벨로퍼로 변모, 주택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도시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주체로 커 나가고 있습니다. 명령 집행 기관에서 독창적·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으로 인식도 바뀌었습니다.”

●“SH공사 개발 사업 전국 표준 됐으면”

변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구현할 다양한 모델들도 개발했다. 지난 2년여간 노후 저층주거지 재생을 이끌 모델들을 개발했는데, 공교롭게도 현 정부의 정책과 일맥상통해 주목받고 있다. 서울형 자율주택정비사업과 도시재생회사(CRC)가 대표적이다.

서울형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사업비 30억~40억원 규모로, 4층 이하 저층 주거지인 단독·다세대주택 10필지를 하나로 묶어 기존 저층 주택을 허물고 아파트 수준의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다세대주택 서너 동을 짓는 도시재생 사업이다. CRC는 국비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자립적으로 지역 도시재생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등을 말하며 서울형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이끌 핵심 주체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매년 10조원대의 공적 재원을 투입해 500곳의 구도심과 노후 저층 주거지를 되살리는 게 핵심이다. 노후 저층주거지 일대를 아파트 단지 수준의 생활편의 시설을 갖춘 동네로 바꾸는 것도 주요 내용이다. 이는 SH공사의 서울형 자율주택정비사업 모델과 궤를 같이한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단순히 예산만 나눠 주는 정도의 사업이라면 지방공기업은 집행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주거환경 개선과 개발이 핵심입니다. 개발을 하려면 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고 문제도 다 다릅니다. 즉, 지역에 맞는 개발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모델을 만드는 데 우리 공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서울형 자율주택정비사업 등 새로 개발한 모델들이 표준이 돼 전국으로 확산됐으면 합니다.”

변 사장은 사업성이 없어 민간건설업체에서 등을 돌린 노후 저층주거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면철거에 따른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은 사실상 끝났고 이제는 도심으로 눈을 돌려 노후 저층주택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거지역 면적은 총 313㎢이다. 뉴타운·정비구역 해제 지역 10.9㎢를 포함해 관리가 필요한 저층주거지 면적은 111㎢다. 이 가운데 도시재생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9.7%(2.56㎢)에 불과하다. “민간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없으면 재개발을 하지 않습니다.

사업성이 없다고 언제 무너질지도 모를 위험 건물에서 주민들을 그대로 살도록 방치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주체가 돼 개발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주민 100명이 모여 회의를 한다고 했을 때 10만원 모으는 건 가능하겠지만 개발에 소요되는 수십·수백억원을 모으지는 못합니다. 공공이 나서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을 개발이 가능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도심 공간을 효율적·창의적으로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야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지방공기업, 도시재생의 리더 기대

변 사장은 학자 출신으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도시·주택 분야 전문가다. 도시재생과 관련해선 최고의 권위자다. 서양은 100년 전부터 도시재생을 추진했지만 우리는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도시재생이라는 용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도시 관리 패러다임이 기존 대규모 개발에서 재생으로 바뀐 지 4년밖에 안 된다.

변 사장은 도시재생 전문가답게 국내에 아직 생소한 개념인 도시재생을 취임 2년여 만에 SH공사 전반에 뿌리를 내리게 했다. SH공사를 임대주택 공급·관리 회사에서 도시재생 전문 디벨로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복수의 지방공기업 관계자는 “SH공사가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재생전문기관으로 평가받는 데 변 사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100가지 정도 제도 개선 사항이 있습니다. 공사채 발행 부채 비율 조정, 조세 감면, 건폐율·용적률·높이제한 등을 완화받을 수 있도록 재난위험시설 지역의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 다양합니다. 한 개씩 풀어나가야 합니다. 하나가 풀리면 순환적으로 다 풀립니다. 국가 주도가 아니라 지방분권형 도시재생을 하려면 지방공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방공기업이 도시재생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줬으면 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변창흠 사장 프로필

1965년 경북 의성 출생

1983년 대구 능인고 졸업

1988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0년 서울대 도시계획학 석사

1996년 SH공사 연구개발실 선임연구원

2000년 서울대 행정학 박사,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2003년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2005년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동산정책회의 전문위원

2006년 대통령자문 국가균형위원회 수도권관리위원회 전문위원

2011년 서울시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서울시 조직개편위원회 위원장, 서울시 주거재생정책자문위원

2012년 서울시 도시계획정책자문위원

2014년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2014년 11월~현재 SH공사 사장

2017-07-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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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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