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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북소리] 신문고를 보물처럼 여긴 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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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지 않는 신문고 연유 살피니 민원 막기 꼼수로 높은 곳에 설치… 어디서든 징으로 가능케 개편해

무과 시험에 응시한 한 군졸이 말 위에서 마지막 활시위를 당겼다. 그의 손을 떠난 한 발이 과녁에 정통했다. 최고 점수를 외치는 호칭관의 목소리가 시험장에 울려 퍼졌다. 그는 다른 응시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과거 합격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 합격자 발표에서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은 떨어지고 분명 시험장에서 자신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이가 합격했다.

군졸이 사헌부 시관(시험감독관)에게 따져 물으니 채점표를 확인하게 해 줬다. 채점표에는 말을 타고 화살을 쏴 과녁을 맞힌 개수를 두 개에서 한 개로 고쳐 놓은 흔적이 있었다. 군졸이 시관에게 원래 점수로 바꿔 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졸은 누군가의 청탁 때문에 자신이 낙방했다며 창덕궁에 걸린 신문고를 쳤다. 의금부는 정조에게 “부정부패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채점상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활쏘기 시험이 끝난 뒤 화살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며 재검해 보니 해당 군졸의 화살 하나가 과녁에서 빗나갔음에도 호칭관이 실수로 적중했다고 소리쳐 점수가 과하게 매겨졌던 사실을 알고 정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험 응시자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정조는 시험 과정에서 채점이 잘못됐다면 즉각 현장에서 응시자에게 확인시켜 오해가 없게 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해 과거 시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시관을 파직하고 호칭관 등 관련자를 태형에 처했다.

정조는 나라가 언제 어디서나 이기는 전쟁을 수행하려면 늘 최고의 장수와 군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을 실현하는 첫 단추가 바로 무과 시험에서 뛰어난 인재를 뽑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관대히 넘어갈 수도 있었던 채점상 실수 또한 엄하게 다스렸다.

조선시대에는 백성이 지나치게 사소한 민원까지 왕을 불러내 하소연하지 않도록 중대한 네 가지 사안에 한정해서 신문고를 치게 했는데 이것이 바로 사건사(四件事)다. 이 네 가지는 조선 신분사회의 근간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적첩분별(嫡妾分別·배우자가 정실부인인지 첩인지 분간하는 것)과 형륙급신(刑戮及身·자신이 사형을 당하게 된 경우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것), 양천분별(良賤分別·자신이 양민인지 천민인지 판별하는 것), 부자분별(父子分別·부자 여부를 확인하는 것) 등이다.
곽형석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과거 시험 구제는 사건사(四件事)에 해당하지 않아 신문고를 칠 사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역대 어떤 왕도 신문고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북을 치지 못하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문고를 친 민원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조사해 원인을 제공한 관리를 처벌했다.

한 번은 정조가 신문고 북소리가 들리지 않자 직접 신문고로 찾아가 그 연유를 살폈다. 어처구니없게도 신문고가 어느 누구도 칠 수 없게 높은 곳에 옮겨져 있었다. 왕이 신문고 사연을 조사해 엄벌하는 일이 이어지자 관리들이 민원을 막고자 꼼수를 쓴 것이었다. 그러자 정조는 한발 더 나아가 궐 안에서 신문고를 칠 수 있게 했고 궐 밖에서도 격쟁(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길가에서 징이나 꽹과리를 쳐서 임금에게 하소연하던 제도)을 할 수 있게 한 위외격쟁추문법(衛外擊錚推問法)을 제정했다. 정조는 조선 후기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고 백성의 애로를 이해하려 노력한 진정한 의미의 ‘소통 군주’였다.

■출처:정조실록 22년(1796년) 3월 8일

곽형석 명예기자(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2017-08-14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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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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