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문용어 42개 순화
‘제세동기’(除細動器)는 심정지 된 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줘 심장이 다시 뛰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공공장소 등에 다수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름만 듣고서는 이것이 무엇인지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빗물 등을 대규모로 저장해 두는 시설인 ‘저류조’(貯留槽) 역시 일반인이 한번 듣고 그 용도를 파악하기 힘든 단어다. 이처럼 안전 분야에는 뜻이 어려운 한자 용어나 일본식 표현 등을 그대로 차용해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용어가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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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을 위한 응급장비를 일컫는 ‘제세동기’는 ‘심장충격기’로 바뀐다. 건축 분야에서 주로 쓰는 ‘저류조’는 ‘물 저장시설’로 쓴다.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구배’(勾配)는 ‘기울기’로, 선박 분야 용어인 ‘양묘’(揚錨·닻을 감아올리는 일)는 ‘닻올림’으로 순화하는 등 어려운 용어를 알기 쉽게 바꿨다.
일본식 한자 용어인 ‘시건’(施鍵)은 ‘(자물쇠로) 채움’이나 ‘잠금’으로, ‘고박’(固縛)은 ‘묶기’, ‘고정’으로 쓰이게 된다. 불에 타 훼손됐다는 뜻을 가진 ‘소손’(燒損)은 ‘(타서) 손상됨’으로 개선됐다. 외국어인 ‘네뷸라이저’는 ‘의료용 분무기’로 고쳐 쓴다.
행안부는 확정된 용어를 중앙행정기관에 통보해 소관 법령을 개정하도록 권고하고 법령 개정 이전이라도 공문서 작성 등 행정 업무에 순화된 용어를 쓰도록 할 계획이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재난·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려운 용어를 찾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7-08-23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