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레이 소견서 -박보검 방사선과
이 환자의 뼈 사진을 확인한 결과 특이점이 발견됐음
뼛속이 비어 있고 가벼워진다는 건 조류의 전형인데
파충류도 아닌 포유류에서 조류로의 진화는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몇 안 되는 케이스임
특이변종이거나 애초 조류였음을 숨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환자의 남편에게 몇 마디 소견을 전할까 함.
이마트 계단에서 넘어졌다고는 하나 이 환자는 날 준비를 하는 것 같음
원인으로는 갈비뼈 속에 품었던 자식들 뛰쳐나간 지 오래고
척추 마디마디에 디스크판 대신 받쳐 주던 남편이 퇴행된 지 오래여서
묶여 있던 벼릿줄과 매심줄이 드디어 환자를 놓아준 것으로 사료됨.
날갯죽지뼈로 펴지는 갈비뼈가 우화등선의 초기 단계를 벗어나면
날아야 하는 본능을 걷잡지 못하므로 미리미리 아내의 뼛속을
채워 넣기 바람
참고로, 이 환자 몸 세포 구조는 현찰과 고기를 좋아하게끔 진화
되었으니 뼛속에 채워 넣을 내용물은 그 두 가지와 접착제 같은 당신의
관심이면 됨.
-----이 상----
박보검방사선과의원. 오래된 선녀 구조 전문의: 박보검
DR. PARK’S CLINIC OF DIAGNOSTIC RADIOLOGY.
|
강경식 국립산림과학원 주무관 |
강경식(국립산림과학원 주무관)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2017-08-28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