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보안 수사를 ‘대공(對共) 수사’로 불렀다. 당시 대공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이적·외환 등 국익을 해치는 세력에 대한 사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또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에 대해 수사를 수행하는 역할도 맡았다. 여기에는 간첩과 반국가사범뿐만 아니라 학원과 종교·노동계의 사회주의적 성향, 즉 좌경사상에 대한 수사도 포함됐다.
그러다 보니 수사 대상으로 지목됐던 진보단체들 입장에서는 보안 형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굳어졌던 것이 현실이다. A 보안 형사는 “과거에는 보안 형사들이 주로 운동권에 대한 수사를 했다. 세상이 바뀌어 그때의 업이 고스란히 되돌아 오는 모양새”라고 하소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보안 부서를 일 안 하는 ‘한량’(돈 잘 쓰고 잘 노는 사람) 정도로 보는 시선도 있다. B 형사도 “강력 사건의 경우에는 그때그때 사건을 종결지으니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하지만 보안 수사는 기획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같은 형사들 입장에서는 보안 형사가 놀고 먹는 것 같아 보이는 게 문제”라고 푸념했다. 이런 인식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인력 조정 대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보안 수사 인력은 경찰청 보안국과 서울을 비롯한 각 도·광역시에 지방청 보안수사대와 일선 경찰서 보안과·계로 나뉜다. 일선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신변 안전과 지역 정착을 돕고 있다. 또 대민 접촉을 통해 국가안보와 관련한 정보 수집을 하기도 한다. 본청과 지방청 보안수사대는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기획 수사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보안 수사는 강력수사와 달리 업무의 연속성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지방청 보안수사대의 기획 수사는 오랜 기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촘촘히 하는 것이기에 경험 많은 베테랑들의 존재가 절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안 인력을 줄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C 형사는 “이념과 성향보다 중요한 것이 국가 안보인데 체제 수호의 최일선에 있는 보안 형사들을 감축하는 것은 보안 파트의 이완을 가져 올 수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체제 수호를 담당하는 보안 형사의 자부심을 상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7-09-18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