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 봄 유채밭에서
내가 먼저 본 건 흰나비였나봐요
날개짓이 구불구불
무겁게 날던 그 나비가 계속 생각이 나요
그 밤중에 울리던 전화벨
전화의 울림이 공간을 울리고
마음을 울리고
내내 그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울고만 있을 순 없어 조용한
응답을 삼켜내요
전화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들은
내 마음을 쥐고 흔들었지요
그 봄
우리는 함께 유채밭을 걸었지만
이제 봄은
다신 오지 않는다네요
올 봄도
샛노란 유채꽃이 내 키만큼 올라와
눈물은 가려줄 수 있지만
슬픔으로 적셔지는 공간에
흰나비들은 계속 날아와
날개를 적신 듯
날아가지 못하고 서성이며
비틀거려요
누군가는
흰나비 때문에 또 슬퍼하겠지요
지금 구부러진 내 어깨는
흰나비를 보고 슬픔을 직감하는 그 마음 말고는
펴 줄 수가 없어요
누군가가 나를 봤다면
흰나비같다고 했을거예요
샛노랗게 터지는 유채꽃 속에서
나 혼자만 차고 희게 시들고 있어요
어머니
노란 유채밭에서
노란 나비는 꽃인 듯 꽃그림자인 듯
즐거움에 터지듯 날아올라도
나는 다시는 날아오를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송이 (밀양 숭진초등학교 교사)
20회 공무원문예대전 입상 수상작
2017-11-20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