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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DB |
# 승진 얘기에 ‘너무 나댄다’ 꼬리표
과연 그럴까? 뚜껑을 열어 보기도 전에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바로 여성의 승진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직에서 여성은 들러리다. 고위직일수록 더 그렇다. 공무원 합격자 명단에서 여성의 이름보다 남성의 이름을 찾는 것이 더 낯설게 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서울시 7~9급 합격자 중 여성이 60.4%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공직 사회에서 먼저 습득해야 하는 생존법은 남성의 보조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여직원’이 되는 것이다. 간혹 승진의 욕망을 인정하고 적극 어필하는 여성에게는 온갖 부정적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여성 동료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여자가 너무 나대는 거 아냐?’라며 동의를 구하는 남성 직원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여성 공무원은 승진에 초월한 듯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고, 업무에서도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 합격자 60% 女… 들러리가 아니다
가까운 미래, 국가의 운명이 걸린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인구 절벽, 초저출산 시대, 초고령 시대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가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붓고 다양한 정책도 줄줄이 내놓고 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지금도 많은 여성이 참여하고 있지만 제안의 단계에서부터 정책의 결정, 실행 단계까지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출산의 주체인 여성에 대해 더욱 섬세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더이상 여성을 보조자, 들러리로 두어서는 안 된다.
# 공정 기회로 女고위직 10% 이뤄야
최근 여성 고위 공무원 비율 ‘5년 내 10%’ 목표제를 처음 도입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우선 고위 공무원에서 여성의 비율이 10%도 안 된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단지 10%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점도 놀랍다.
여성이기 때문에 무조건 승진시키고 또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별, 장애 유무, 학력, 출신…. 이것들이 개인의 성장을 차단하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함께 성장하는 동료로서 소수자를 존중하려는 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5년 후 10%. 허무맹랑한 기대일까? 새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응원한다.
어느 여성 공무원.
2017-11-27 3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