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호 문화재청·박은식 산림청 국장
# 尹은 행정고시·朴은 기술고시 출신 ‘다른 길’정부대전청사에 단 2명뿐인 고교 동창이 나란히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해 화제다.
지난 10월 20일 임명된 윤순호(48)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장과 11월 13일 승진한 박은식(48)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광주 숭일고 동창으로 1988년 2월 졸업했다. 한 반에 60여명이 생활하던 고등학교 시절 문·이과로 다른 길을 택했고, 대학이나 전공도 다르다 보니 서로의 존재를 몰랐다.
# 작년 기획재정담당관으로 손발 맞추며 조우
각자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둘은 조직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윤 국장은 고시 합격 전 2차례 7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경험했다. 1995년 7급 시험에 합격해 통일부(남북회담사무소)에서 1년 8개월간 근무하다 고시에 도전했다. 1998년에는 고시 후 7급 시험이 실시됐는데 부모님들의 강력한 후원(?)으로 응시해 합격했다. 1999년 고시 합격자 발표 전 7급 공무원으로 문화재청에 발령받아 적응하던 중에 고시 합격 소식이 전해졌다. 윤 국장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었기에 문화재청에 갈 생각이었다”면서 “당시 문화재청에 자리가 없어 담당부서에 민원(?)을 제기했더니 기꺼이 받아줬다”고 남다른 인연을 소개했다. 고시로는 이례적으로 사무관 시절에 대변인실에 근무한 뒤 4급 승진 후에 대변인을 맡았다.
박 국장이 공직자로서 걸어온 길도 만만치 않다. 산림자원학 박사 학위자로 공무원보다는 학자가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 박 국장은 “외환위기 때 학위를 받아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선배의 권유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는데 평생 직업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과장 승진 이후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산림청에서 고시, 그것도 기시 출신이 기획재정담당관에 임명된 것은 박 국장이 처음이다.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1년 8개월간 업무를 수행하며 내공을 인정받았다. 해외자원개발담당관과 청장 비서관을 맡은 것도 기술고시 출신으로는 이례적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우려를 놀라움으로 바꾼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 조직서 입지전적 인물… 성실·겸손으로 신망
고공단 승진에 업무 능력은 필수지만 둘에게는 성실하고 겸손하다는 공통점이 뒤따른다. ‘같이 근무하고 싶은 간부’의 단골 후보이자, 선배들이 인정하는 ‘차세대’로 인정받아 왔다. 기획재정담당관으로 손발을 맞춰 본 친구의 평가는 어떨까. 윤 국장은 “기술직이 맡기에 쉽지 않은 업무인데 (박 국장이)성실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박 국장은 “(윤 국장의)종합적인 판단력과 뛰어난 친화력 등이 부러웠다”면서 “친구라기보다 ‘멘토’같은 든든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2017-12-04 3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