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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어도 거짓이어도 사람 잡는… ‘투서’ 의 배신

심평강(61) 전 전북도 소방안전본부장은 6년째 국가 권력과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2012년 3월 당시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의 지역차별적 부당 인사, 승진 관련 금품요구·향응수수 등 각종 비리 사실을 국회와 감사원 등에 투서했다. 그러나 심 전 본부장은 공익 제보자로 보호받지 못했다. 되려 ‘성실의무 위반과 복무자세 위반’ 등의 사유로 그 해 12월 27일 직위 해제됐다. 이어 2013년에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방감 승진 탈락에 불만을 품고 허위 사실로 이 청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적용됐다.

법원은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모두 심 전 본부장의 손을 들어 주었다. ‘고소 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해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데 지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무고의 누명’을 벗은 그는 복직을 요구했다. 국민권익위도 심 전 본부장에 대한 해임 취소를 요구했다. 반면 당시 이 청장은 권익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복직 여부가 걸린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2014년 2월 대법원에 접수된 이 사안이 4년이 다 되도록 장기 계류되는 동안 심 전 본부장은 지난해 6월 30일 정년을 맞았다. ‘배신자’로 낙인찍혀 공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조직의 쓴 맛’을 제대로 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겪은 피해는 형용하기 힘든 것이었다. 명예 실추는 물론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리며 받은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심 전 본부장은 “제가 받은 불이익과 투쟁 과정은 억울한 공직자들이 겪는 적폐를 보여준 종합판”이라며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 공직자 ‘유죄추정주의 ’로 보는 수사ㆍ감사 기관

성실한 공직자들이 국가 권력의 희생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공복을 천직으로 살아가는 공무원들이 국가기관인 검·경의 수사로 구속돼 옥살이까지 했지만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허위 진정·투서로 수사나 감사 대상에 올라 비리 공직자라는 차가운 시선에 시달리는 경우가 없지 않다.

자신은 사명감으로 직무를 수행했으나 본의 아니게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무혐의나 무죄로 판명되지만 과정이 고통스럽다. 공직자들이 “빈 총도 아니 맞은 만 못하다”며 탄식하는 이유다. 수사나 감사기관에서 모든 공직자들을 ‘유죄추정주의’에 입각해 바라보는 것도 불만이다.

실제로 뇌물 범죄의 경우 검찰에 접수된 건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기소율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통계는 억울하게 사건에 휘말리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찰에 접수된 공무원 뇌물의심 범죄는 2013년 452건, 2014년 598건, 2015년 538건, 2016년 808건, 지난해 상반기 344건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기소율은 2013년 44.7%, 2014년 44.7%, 2015년 36.3%, 2016년 23.2%, 지난해 33.9% 등으로 낮아졌다. 불기소 이유는 ‘혐의 없음’이 가장 많다. 2016년에는 123건, 지난해 상반기에는 62건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됐다. 이에 대해 검찰의 ‘공무원 감싸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역으로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결백을 인정받는 공직자가 적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피조사자 ’ 신분만으로 상사ㆍ동료 돌아서기도

일단 수사기관에 소환된 공무원들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처절한 투쟁을 해야 한다. 더구나 무리한 수사로 본인과 가족은 물론 조직까지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지만 가해자 입장인 검·경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전북도 관계자는 “공무원이 공정하게 일처리를 해도 모든 사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언제 어떤 형태로 먹구름이 덮칠지 모른다”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국가와 조직에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공직자가 피조사자로 신분이 전환되면 내외부로부터 단절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던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은 등을 돌린다. 사실이 아닐 경우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처하라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 차가운 시선과 함께 혹시라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거리를 두는 게 일반적이이다. 승진, 영전 등에서 경합을 벌이거나 관계가 나쁜 경우에는 오히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있겠느냐”며 매도하는 일도 있다.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공무원들은 목숨을 내놓고 결백을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성추행 혐의로 전북도교육청과 학생인권센터의 조사를 받던 부안군 상서중학교 송경진 교사는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선출 단체장 단골 수사 대상… “정치적 흠집 내기”

선거로 선출된 단체장들도 마구잡이 수사나 감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선출직일수록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 각별히 몸조심을 하지만 애꿎게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은 지난해 전북경찰청의 수사로 곤욕을 치렀다. 정 시장은 지난해 1월부터 7개월여에 걸쳐 ‘뇌물수수 및 기부금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정 시장은 익산시 간부 공무원과 공모해 관내 기업인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1억원을 달라고 강요하고 1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러나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정 시장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청렴 이미지’를 내세웠던 정 시장은 정치적으로 흠집이 났다. 정 시장은 경찰 수사로 심각한 명예훼손과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와 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 수사는 국회 의 질타를 받았다. 국감장에서 차기 익산시장 선거에 출마 예정인 경찰서장 출신 모 인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정 시장을 흠집 내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 던지고 보는 악성 민원ㆍ진정도 책임은 결국 공무원

공무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진정 사건이다. 민원인들은 진정서를 아무리 많이 제출해도 무고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철저히 조사해서 혐의가 있으면 무겁게 처벌해 주십시오’로 맺는 각종 진정은 무고로 드러나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 악성 민원과 진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유다. 각급 기관 홈페이지에 인터넷으로 올리는 진정은 외부로 공개되고 당사자가 아니면 내릴 수도 없어 공무원들은 민원 홍수에 시달릴 수 있다. 진정 민원은 일정 처리기간 이내에 그 결과를 통보해 줘야 하는 의무까지 있다. 이를 소홀히 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지 못하면 곧바로 관계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진정으로 이어져 공무원들은 고유 업무보다 민원 처리에 탈진할 수도 있다는 원성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악성 고질 민원은 그 목적이 음해하기 위한 것이거나 업무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을 경우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허위 진정·투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성범죄 누명 벗어도 품위손상으로 파면까지

공직자들이 검·경 수사의 칼날을 피했다고 징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명시된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라는 엄청난 족쇄가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법은 ‘공무원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은 다른 징계유형과 달리 구체적이지 못하고 그 임의성과 모호성으로 인해 공무원 징계에 남발해 적용되고 있다.

전북도의 A사무관은 2017년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그는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돼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아 성범죄자라는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파면됐다. 형사처벌은 면했지만 공무원 징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고 공직사회에서 퇴출됐다.

품위유지의무가 공무원들을 징계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것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2016년 국가공무원 징계 사유에서 품위손상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전체 징계자 3015명 가운데 67.3%인 2032명이다. 지방직 공무원도 전체 징계자 2326명 가운데 62% 1441명이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 노조는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이 규정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현되기는 난망하다는 견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2018-01-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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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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