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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체험] 간호인 한 명이 40~50명씩 매일 ‘섬 라운딩’…한센인 몸과 마음 둥글게 치유하는 천사들

국립소록도 병원 간호사·조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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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마지막 주 일요일(지난달 28일)은 ‘세계 한센병의 날’이다. 프랑스의 자선사업가인 라올 홀레로가 한센인들을 돕고자 1954년 프랑스 의회에서 이날을 세계 한센병의 날로 제정하는 의결을 이끌어낸 것이 그 유래다. ‘한센인’ 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소록도다. 소설가 이청준은 이곳을 배경으로 한 작품 제목을 ‘당신들의 천국’이라 지었다. 지난 100년 한센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간직된 이 천국에서 이들을 묵묵히 돌보는 ‘천사’들이 있다. 국립 소록도병원 간호사·간호조무사들이다.

국립 소록도병원에서 근무하는 남미화 간호사가 방문을 두드리는 모습. 소록도병원에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마을방문간호를 하고 있다. 간호사·간호조무사들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환자들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 7개 마을 환자 380명 최대 하루 4~5번 방문

이들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병동간호, 마을방문간호, 외래간호다. 병동이나 외래는 다른 병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마을방문간호는 섬 전체가 병원인 소록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난달 19일 국립 소록도병원 남미화 간호사의 마을방문간호를 따라갔다. 너무 바쁜 발걸음에 당황한 기자가 “조금 천천히 가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부탁했다. 남 간호사는 “그러면 시간 내에 다 못 돌아요”라고 잘라 말했다.

소록도에는 중앙리·동생리 등 7개 마을이 있다. 전체 간호인력 정원은 111명(간호사 45명, 간호조무사 66명)이지만, 현원은 96명(간호사 36명, 간호조무사 60명)이다. 특별한 사명감이 요구되는 자리라 정원을 채우기가 녹록지 않다. 이들 중 마을방문간호에 배치된 인력은 20명이다. 소록도 병원 전체 환자 511명 중 병동에 있는 환자를 제외한 약 380명 정도가 마을방문간호 대상이다. 간호인력 한 사람당 40~50명 정도의 한센인을 하루에 방문해야 한다. 공식적으로는 오전·오후 하루 두 번 방문간호를 하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서 4~5번 방문하는 일도 많다. 즉 한센인들은 하루 최소 두 번 이상 담당 간호사 얼굴을 본다.


남 간호사가 마을방문간호를 돌 때 들고 다니는 구급상자. 주사기, 밴드, 소독약 등 간단한 의료기구들이 들어 있다.

# 바쁜 발걸음 속 한 분 한 분 건강체크 꼼꼼히

쉴 새 없이 빠르던 남 간호사의 발걸음이 중앙리의 한 방문 앞에 멈춰 섰다. 남 간호사는 조용히 방문을 두들기며 “어르신 저 왔어요. 들어갈게요”라고 말했다. 병동을 다 돌지 못할까 급했던 마음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사그라졌다.

“지금 어디 아픈 데 있으세요? 얼굴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요.” 남 간호사는 몇 분 동안 방 안의 노인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또 올게요”라는 말과 함께 방문을 나선 남 간호사의 발걸음이 다시 빨라졌다.

소록도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이곳에 활동성 한센병을 앓는 환자는 없다. 과거 병력으로 인한 신체 변형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령으로 인한 질환을 앓는 환자가 대다수다. 병원에 등록된 한센인은 511명이다. 평균 나이는 75.5세다. 50대 미만도 있지만, 대다수가 60세 이상 노인이다.


한때 소록도와 외부를 잇는 유일한 통로였던 선착장에 ‘보건복지부 국립소록도 병원’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2009년 소록대교 개통으로 지금은 선착장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서울신문DB

# 보호자 없는 어르신에게는 말벗이자 자식처럼



이 병원 환자들에겐 보호자가 없다. 그래서 간호사·간호조무사들 업무는 단순히 간호에서 그치지 않는다. 환자들 손발톱관리·목욕 등 일상적 위생관리부터 대소변 수발과 세탁물 정리까지. 그리고 적적한 분들에게 다정한 말벗이 돼 주는 것도 중요하다. 남 간호사는 한 환자 방 안에 어지러이 놓인 지폐 다발을 보고는 “돈을 이렇게 놓으면 어째요, 어르신”이라고 장난스레 타박하며 한쪽에 잘 정리해 뒀다.

# 그냥 공무원 아닌 남다른 사명감으로 근무

이들에겐 공무원이란 직업 자체가 주는 것 이상의 특별한 사명감이 있다. 20여년간 이곳에서 일한 허옥희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는 “그냥 공무원이 되고 싶어서 이 일을 택한 건 아니었어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라운딩하면서 어르신에게 ‘아리랑’을 가르쳐 드렸어요. 제가 방에 들어가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시는 모습이 기억에 떠올라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지요.”

글 사진 소록도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18-02-05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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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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