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공무원문예대전 동상 입상작
지퍼가 열린 해안선
질척한 갯벌의 내장이 쏟아진다
언제인가, 말이 통하지 않는
침묵으로부터
귀를 테러당한 적이 있는 거기,
몇 봉지 탈수가 덜 된 파도의
물집이 남아 있고
온몸에 울음의 면적이 퍼져 있는
갯바람의
희미한 궤도가 떠돌고 있을 뿐
쓰러지는 방법을 배운 겨울 갯벌은 이제
다시는 지상에서 직립하지
않을 것이다
보라,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사람들의 발자국들이
걸어온 길을 뱉어내고 있는 평면
생각하면, 끝은 시작의 후유증에
불과할 뿐
반드시 세상의 어딘가에
끝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없음에도 평면은
왜 우리의 생애처럼 항상 끝을
향해 가고 싶을까
천정이 없는 북반구 위로
대규모의 날이 저무는 시간
죽음처럼 식어버린 방파제 위에 서서 나는
어쩌면 시작보다 더 필사적인
끝을 위하여
살다가 결국 나였음이 밝혀질 그대
어느 반대편의 저녁 속에서
내 등에 기대어 쓸쓸히 저물고 있을
그대의 빈 몸 속으로
셀 수 없으므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새떼를 날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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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길 울산지방검찰청 공안과장 |
김두길
(울산지방검찰청 공안과장)
2018-04-02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