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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독일식 카페의 철문은
차갑지 않은 반전의 매력이 있죠
지구를 돌아 온 경선과 위선이
만나는 까만탁자
월드와이드웹의 거미줄을 타고
천장에 부딪친 sns 별빛이 내립니다
건너편 카레공장 옥상에 걸터앉은 노을 한 줄기
커피 콩자루 성긴 틈을 더듬을 때
레커차 꽁무니에 매달려 겨울이 지나갑니다
십자가 빛줄기에 정류장 벤치가 붉어지면
빈 산소통을 맨 도시인들이
무거워진 발을 내려놓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이 오네요.
사람들이 사라진 골목길은 깊고 푸른 우물이 되어
어제의 밤하늘도 돌아갑니다
셔터를 내린 오래된 철물점
기둥에 매달려
풍경이 되고 만 모종삽 두어 개
나처럼 저녁바람에 녹이 스미네요
어느 날 바람에 날리는 미립자 신세가 된다면
우리는 다시 나무로 만나고 싶죠
혹시 저기 나의 대문앞이
술렁인다면
당신에게서 노랑 엽서가 도착한 것이죠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둥근 세상이 싫었던 건가요
감추어진 불안한 폐허를 보이고 말았나요
나의 기다림은 언제나 네모나죠
밋밋하게 닳아빠진 눈물방울과
채색하려다 뭉개고 만 그림자까지
서늘하고 신날하게 각도를
갖게 해 줄
그대를 기다리는 저녁은
신현숙(서울금천초등학교 교사)
제19회 공무원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2018-04-09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