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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IN 블로그] 깜빡이 켜고 들어온 1년짜리 육지사람… 제주 고질병을 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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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요즘 핫 플레이스다. TV만 틀면 제주도가 나온다. 변방의 섬, 유배지였던 제주는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며 이주민이 줄을 잇는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 유배지서 기회의 땅으로… 제주 근무 자원 넘쳐나



예전에는 제주에 발령이 나면 인사에 물을 먹은 것으로 쳤다. 서울에서 가장 먼 곳인 데다 교통마저 불편해 다들 유배간다고들 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조직에서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거나 보직을 못 받아 오갈 데가 없는 공직자들이 밀리고 밀려 제주에 왔다고들 한다.

자신들의 뜻과는 달리 제주로 유배(?) 왔던 중앙부처 공직자들의 관심사는 다음 인사 때 반드시 서울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허구한 날 북쪽 서울 하늘만 쳐다봤다.

툭 하면 서울에서 출장을 오거나 여행 오는 선후배들 밥을 사주며 여행가이드 노릇을 충실히 해야 했다. 업무는 면피만 하면 되고 서울 윗전에 계절마다 특산물을 챙겨 보내는 등 서울로 빨리 돌아가기 위한 인사 로비에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 서울만 보며 면피?… 토박이보다 문제점 찾고 해결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인사 때마다 제주 근무를 자원하는 공직자들이 넘쳐난다. 판사도 검사도, 교사도, 경찰도, 일반 행정공무원도 너도나도 제주에서 한 번쯤 살며 일해 보고 싶다고 난리들이다. 1대1 교류가 원칙인 교사와 자치단체 공무원의 제주 전입은 하늘의 별 따기다.

자신들이 희망한 곳, 한 번쯤 살아 보고 싶은 곳, 제주에서 일하게 되면서 업무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 제주 토박이보다 더 부지런히 제주를 관찰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해법을 제시한다. 북쪽 서울 하늘만 쳐다보며 대충대충 시간만 죽였다는 예전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 이상정 제주경찰청장 부임후 교통무질서 추방 나서

육지사람 이상정 제주지방경찰청장은 제주에서 ‘깜빡이 경찰’로 불린다. 깜빡이는 자동차의 방향지시등을 말한다. 2016년 제주에 부임한 그는 제주의 무질서한 교통문화에 깜짝 놀랐다. 날마다 인명사고가 속출했지만 ‘그런가 보다’라는 제주사회의 무관심에 더 놀랐다고 한다.

제주에서 운전대를 잡아 본 여행객은 한 번쯤 경험했겠지만 제주의 교통문화는 거칠고 무질서하다. 운전자들은 기본적인 방향지시등도 안 켜고 보행자들은 무단횡단을 다반사로 한다. 방향지시등만 켜도 교통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다며 그는 제주의 교통무질서 추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년 정도 있다가 떠날 사람이 뭔 일을 크게 벌리냐’며 일부 직원들은 볼멘소리를 했고 제주사회의 반응도 ‘저러다 말겠지’라며 시큰둥했다.

하지만 그는 ‘제주에서 살아가야 하는 당신과 당신 가족들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며 교통경찰을 무질서 교통현장으로 보내고 또 보냈다. 제주 전 지역에서 교통사고 줄이기 월요 현장 캠페인을 1년째 벌이는가 하면 자신도 예외 없이 참여한다. 불러만 달라면서 지역방송에도 수시로 출연해 교통사고 예방 활동을 펼친다.

# 주1회 캠페인·안전 투자… 교통문화 꼴찌서 3위로

이주민과 관광객 급증으로 차량이 늘어난 탓에 제주도의 교통정책이 도로 확장과 신규도로 개설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보행자의 안전에도 관심을 호소했다. 도지사와 도의회를 찾아가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교통안전 시설 확충을 설득해 지난해 130여억원, 올해 300여억원의 교통안전 시설 투자를 이끌어 냈다. 2016년 전국 꼴찌 수준이었던 제주의 교통문화지수는 지난해 전국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중앙부처의 제주지역 기관장은 1년 남짓 제주에서 일한다. 새로운 일을 벌이고 결실을 얻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들은 예전처럼 면피나 하며 서울만 바라보지 않는다. 급격한 성장통을 앓는 제주가 그들에겐 자신의 열정과 솜씨를 마음껏 뽐낼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깜빡이 켭시다’라고 외치는 육지사람 이상정이 제주의 오랜 고질병인 교통 무질서를 바꿔 가는 것처럼.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2018-04-23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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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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