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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관리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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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림 (영주시 보건소 방문관리팀))/공무원 에세이 2등

매일 아이를 서둘러 등교시키고 이른 아침공기를 선물삼아 보건소로 향한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동안, 허전했던 방문관리실은 하나 둘 팀원들의 인사로 채워지고 어느새 방문약속 전화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어머님, 저 순영이가 아니고 보건소 간호사에요!” 큰소리로 말해도 수화기너머에선 일방통행이다.

“뭐라고? 순영이가 아니면 그럼 순자라고?”

“아뇨, 어르신, 간호사요, 방문간호사!” 목이 터져라 외치지만, 갑자기 전화를 뚝 끊으신다.

“저, 어머님... 어머님?”

귀가 어두우신 어른들과 매일 오가는 일상이지만, 사무실은 다시 웃음바다다.

오늘은 밥솥을 고치는 날이라 오지 말라는 분,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게 방문해달라는 분, 개인전화번호를 달라고 떼쓰시는 분 등등 다소 당황스러운 일들이 있지만 방문관리실의 아침은 늘 씩씩하게 시작한다.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댁에 들른 적이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팔순 노부부는 부부싸움을 크게 하시고 각각 다른 방에 몸져누우셨다. 평소 정상혈압인 할아버지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우셨고 응급상황에 가깝게 혈압이 올라가셨다.

할아버지를 욕하시던 할머니도 그제야 옆방에서 건너오셨고, 근처에 사는 아들에게 상황을 알려서 즉시 병원에 가도록 권유하였다.

팔순이 넘으면 부부싸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어도 싸울 일은 시들지 않고, 새록새록 생기나 보다.

그래도 부부가 함께 계신 분들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게 외로움이라는 말이 있듯이 홀로 노년을 보내는 노인들의 일상은 더욱 힘겹다.

방문건강관리 대상자는 독거노인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만성질환과 암, 그리고 장애를 가지신 분들도 많다. 무엇보다 노년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돌아서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경로당을 방문하여 고혈압, 당뇨 및 영양과 관절 관련 건강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낯익은 어르신들이 반갑다고 손을 흔들고 안아주시면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

단 10분도 교육에 집중하기 힘들어 곧장 졸음을 영접하시는 어르신들을 깨워 주시기도 하고, 분위기를 띄우는데도 일조하셔서 교육효과를 극대화 시켜 주신다.

이런 역할을 하는 어르신들은 방문간호사에겐 정말 중요한 ‘건강요원’인 동시에 연락이 두절된 분들의 근황을 파악할 수 있는 ‘건강정보원’이 된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방문간호에서도 ‘라포 형성’이 가장 우선시 되는 것 같다.

어느덧 보건소 방문관리팀에서 1년 4개월이란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 병원을 포기하고 보건소로 향했던 그날이 떠오른다.

금연관리실을 희망했는데, 방문관리팀으로 오게 되어 운전과 가정방문이 부담스러웠지만,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 자신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으신 어머님, 아버님들은 곧 미래의 나의 모습임을 알기에 만나는 한 분 한 분 모두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여름엔 덥다고 얼음수건으로 땀을 닦아주시고, 겨울엔 춥다고 미리 보일러를 틀고 기다리며 아랫목을 양보하시는 고마운 손길들. 너무나 감사하다.

많은 대상자를 만나다보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한발 늦게 듣게 된다. 반겨주시던 얼굴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하고 아프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가고 싶은 데 가고 그래.” 라며 잡아주시던 그 손길이 따스했었다.

짜게 드시지 말고, 규칙적으로 운동과 식사, 투약을 해야 한다고 잔소리 하는 나에게 늘 복 있고 재수있으라며 안아주시던 어르신의 토닥임이 그립다.

방문간호사로 일하면서 인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남은 시간과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머님, 전화국이 아니에요. 보건소, 보건소 간호사요!”

전화기 너머엔 오늘도 귀가 어두운 어르신의 추측이 난무한다.

“전화국 아니고, 동사무소라고?”

어김없이 방문약속 전화가 시작되었고 방문관리팀은 소중한 만남을 준비한다.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 즐겁게 보람으로 일할 수 있기를...

어르신들이 노년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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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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