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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마네킹처럼 유리창에
진열된다
마지막 버스가 떠나자 형광등
불빛이 유난히 빛나는 순간,
열두 시에 급히 와서 생리대를 챙겨 갔다
그의 다급한 발소리 너머
고양이가 밤하늘을 홀리고 있다
창 쪽에 두개 남은 사발면
붉은 눈의 노인은 올 때마다 같은 면을 선택한다
허겁지겁 건더기만 쑤셔 넣고
소주는 따로 붓는다
그는 마트에서 세끼를 산다
거울 속에 인스턴트 그림이 부유한다
계산기 앞에 서 있는 그녀도 인스턴트식품이다
하루와 하루가 물려 있는 시간은
마법에 걸려 영원으로 간다
하루가 어떻게 끝나는지 몰랐던 날들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몰랐던 날들은
기억 속에서 걸어 나와 유리창을 서성이고
시간을 세고 있는 그녀는
눈동자가 뿌옇게 닳고 있다
생활이 품목으로 떠 있는 공간에서
그녀의 시간이 박제되고 있다
정거장이 깨어날 때까지 한 세기가 왔다 간다
김화숙 (서울 금천구청 교육지원과 평생학습팀장)
제19회 공무원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2018-05-14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