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안양새물공원의 비밀… 하수처리장 땅에 묻어 악취 잡고 돈 벌고

도심 속 공원 탈바꿈한 안양 하수처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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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하수처리시설 최초 완전 지하화
年100억 하수 찌꺼기 처리 비용 아끼고
바이오가스 활용해 전기 생산해 판매
지상은 공원으로 꾸며 기피 시설 대변신


“심한 악취로 민원이 잇따르던 하수처리장은 이젠 더이상 하수만 처리하는 단순한 환경기초시설이 아닙니다.” 대표적 기피·혐오시설로 여겨졌던 경기 안양시 하수처리장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친환경 공간으로 새롭게 바뀌었다. 하수처리시설을 고도화해 지하화하고 그 위에 공원을 조성한 ‘안양새물공원 조성사업’(박달하수처리장 지하화 사업)의 성과다. 11일 안양시에 따르면 이 사업은 가동 중인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을 완전 지하화한 국내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하수처리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하수 찌꺼기는 연료로 만들어 전력회사에 판매한다. 지하화 이전 연 100억원의 찌꺼기 처리 비용을 아끼며 수익까지 내고 있다. 돈을 쓰는 하수처리장에서 버는 차세대 하수처리시설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지상에 조성된 대규모 공원은 각종 체육시설과 산책로, 편의시설을 갖춘 도심 속 친환경 공간으로 ‘심한 악취’의 오명을 벗고 시민에게 다가서고 있다.

옛 안양박달하수처리장과 KTX 광명역사 전경. 초대형 원형 수조와 각종 하수처리시설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다.
안양시 제공


안양새물공원은 축구장 20면 크기로 다양한 체육시설과 산책로, 편의시설 등이 조성된 도심 속 친환경 공간이다. 공원 아래 있는 안양공공하수처리장은 하수처리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지로 변모했다. 안양시 제공

●민원 끊이지 않던 악취·흉물 원형수조 사라져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은 안양새물공원을 신도시에 조성된 도심 속 공원쯤으로 여길 뿐 그 아래에 숨겨진 비밀(?)을 모른다. 얼핏 보아 하수처리장으로 여길 만한 시설물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총사업비 3297억원이 들어간 새물공원 조성사업의 하나인 안양공공하수처리장은 지난달 3월 공사가 마무리됐다. 최고 깊이 지하 30m(길이 400m, 폭 150m)로 안양시와 의왕·군포·광명시 일부에서 발생하는 하루 25만t의 하수를 처리한다. 기존 시설을 가동하며 건조·발전시설, 소화조 등 복합환경시설을 짧은 기간에 설치한 고난도 공사였다. 악취를 줄이기 위한 각종 시설을 설치하고 이와 함께 고도로 정화된 처리수를 얻기 위해 고도처리공정과 총인처리시설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재래식 처리시설보다 더욱 맑아진 물을 방류하고 있다.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4.5 이하다.

잇따랐던 민원의 주요 원인인 심한 악취와 보기 흉한 초대형 원형 수조도 모두 사라졌다.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악취는 여러 단계 처리공정을 거쳐 깨끗한 공기로 바뀌어 외부에 배출된다. 단일 탈취시설 내에서 복합공정을 거쳐 악취를 최소화하는 복합탈취기 등 총 43대의 악취방지시설을 갖췄다. 지하화 시설 내부는 ‘대기보다 낮은 압력’(부압)을 유지해 외부로 악취가 확산되는 것을 최소화했다. 이와 함께 공정마다 대형 자동문을 설치해 악취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고, 내부 악취는 포집해 외부로 내보낸다. 주변 거주지로 악취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이 30여m의 통합배출구도 설치했다. 지상으로 높게 돌출된 배출구는 미관을 살린 인공암벽장으로 꾸며, 마치 예술 작품을 설치한 듯 지상공원과 어울리도록 했다.


주거지로 악취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아파트 10층(30m) 높이의 통합배출구. 인공암벽장으로도 활용된다. 안양시 제공

●신재생에너지 판매로 연 20억 수익 예상

안양공공하수처리장은 단순히 하수만 처리하는 시설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를 활용, 전기를 생산하는 기지로 변모했다. 하수 찌꺼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연 1만 2000㎿h의 전력을 생산한다. 일반 가정 3000여 가구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생산된 전력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판매를 통해 연 20억원의 수익을 예상한다. 신재생에너지 생산 후 남은 하수 찌꺼기는 일 30t 분말 형태의 건조 연료로 만들어 서부발전(태안화력발전소)에 판매한다. 이로써 지하화 이전 수도권 매립지에 하수 찌꺼기를 버리기 위해 들였던 막대한 처리 비용을 모두 절약하게 됐다. 하수 찌꺼기를 연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함에 따라 연간 1만 9502t의 이산화탄소(CO2)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었다. 신홍주 안양시 상하수도사업소장은 “새로운 개념의 안양공공하수처리장은 고도처리공정을 도입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친환경 공간”이라며 “타 지자체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 공무원들까지 시설을 견학하기 위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테니스장에 인공암벽장 갖춘 명소로

안양, 광명시 두 지자체의 경계에 있는 안양새물공원 조성사업의 또 다른 성과는 지상에 조성된 18만㎡ 규모의 공원이다. 각종 체육시설과 산책로를 갖춘 공원을 조성해 시민의 여가 활용과 휴식을 위한 도심 속 친환경 공간으로 꾸몄다. 이로 인해 기피·혐오시설로 꺼리던 하수처리장은 지역의 명소가 됐다. 공원은 안양시에서 관리하는 새물공원과 광명시의 새빛공원으로 나뉜다. 안양공공하수처리장 위에 조성된 새물공원(10만 3143㎡)은 축구장 1면을 비롯해 테니스장 8면, 풋살장 2면, 족구장 2면, 농구장 1면, 인공암벽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을 갖췄다. 지상 주차장에는 차양을 겸한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 전력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원관리동, 홍보관, 자전거 스테이션, 주차장,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

지하화 시설이 없는 새빛공원에는 플라워가든과 새빛광장, 벚나무길, 이팝나무길, 사색의 정원, 메타세쿼이아길 등이 조성됐다. 또 운동시설과 퍼걸러, 주차장, 자전거 보관대, 화장실 등 시설을 조성했다. 일시적으로 물을 가둬 하류의 홍수량을 경감시키는 저류지도 만들었다. 아직 공원을 조성한 지 얼마 안 돼 황량하지만 수목이 깊게 뿌리를 내리면 푸른 숲을 이뤄 시민들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재 안양시 하수2과 주무관은 “하수처리시설임에도 공원 조성으로 바로 옆에 있는 광명역세권 아파트 시세가 많이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넌지시 귀띔한다. 현재 안양공공하수처리장 바로 옆 완충 녹지에는 2000여 가구가 훨씬 넘는 초고층 공동주택이 늘어서 있다.

●안양·광명, 경계 시설 신경전 완만히 마무리

안양새물공원 조성사업은 안양, 광명시 두 지자체 간 갈등을 ‘협치와 조정’을 통해 해결하고 공사를 원만히 마무리한 모범 사례가 됐다. 애초 새물공원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야구장을 공원과 바로 인접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빛과 소음 공해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안양시와 갈등을 빚었다. 광명시는 야구장 조성 철회를 안양시에 요청했으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섰고, 안양시는 야구장 대신 조명 없는 축구장을 만들기로 광명시와 합의하면서 갈등이 해소됐다. 안양시 관계자는 “안양의 5000여명 야구동호인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었다”며 “민원 해결 차원에서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아쉬워했다.

두 지자체는 오래전부터 시 경계 시설과 사업을 놓고도 갈등을 빚어 왔다. 2000년 광명시는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달라 생기는 불편을 해소하자며 경계 조정을 제안했다. 하지만 서너 차례 조율에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끌어 왔던 두 지자체 간 경계 조정은 이번 새물공원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본격 합의를 이끌어 냈다. 조만간 정밀 측량 등 실무협의를 마치면 기본 계획을 수립, 행정구역 조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새물공원 조성사업은 광명역세권 개발과 맞물려 박달하수처리장 인근에 있는 완충 녹지를 용도 변경, 새물공원 조성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사업이었다”며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해당 지자체가 막대한 재원을 자체 조달해 하수처리시설 완전 지하화를 추진한 국내 첫 사례”라고 말했다.

또 “광명역세권 개발사업과 맞물려 두 지자체가 윈윈한 성공적인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안양새물공원 조성사업은 님비(기피시설 혐오) 현상을 극복하고 지자체 간 협치로 도심 환경기초시설을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시설로 변화시킨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2018-09-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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