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체계 일반 공무원보다 2단계 많고 시험·외부평가도 없거나 대통령이 지명
경위 이하 89.8%…고위직은 0.6% 그쳐진급 경쟁 지나쳐 시험공부로 업무 소홀
경찰청장 “의견 수렴해 제도 개선하겠다”
경무관과 총경 등 경찰 고위직이 현행 승진 체계가 불공정하다며 잇따라 공개 반발하면서 해마다 12~1월이면 논란이 되풀이되는 승진 인사제도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2단계나 많은 계급체계, 과도한 승진경쟁, 고위직으로 갈수록 승진을 위해 정치력이 필요한 구조 등은 줄곧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경찰은 치안총감·치안정감·치안감·경무관·총경·경정·경감·경위·경사·경장·순경 등 모두 11계급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기준 경찰 가운데 경위 이하는 89.8%이지만, 중간관리층(경감·경정)은 9.6%, 고위직은 0.6%에 그친다. 극단적인 피라미드 구조가 과도한 승진경쟁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외부 평가 반영… 일과 승진은 함께 가야”
경정 이하 경찰관은 최저근무연수를 채운 뒤 필기·면접·교육훈련성적 등을 반영한 시험승진, 근속승진, 특별승진, 심사위원회를 거치는 심사승진으로 진급한다. 대부분 시험승진으로 진급하다 보니 시험공부를 하면서 업무에 소홀하거나, 공부 시간을 내기 쉬운 업무를 맡으려는 문제가 일선에서 발생한다.
경무관·총경은 중앙심사위원회를 거쳐야만 승진이 가능하고, 치안감 이상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고위직 인사는 시험과 외부 평가 없이 사실상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셈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경찰 인사 때 승진 대상자에서 누락된 박창호 총경은 경찰 내부 게시판에 “승진 인사는 내·외부 평가를 반영해야 하고 일과 승진은 함께 가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박 총경은 다양한 직급의 심사위원·참관단이 심사위원회에 참여해야 하고, 승진 최종 결정권자가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대통령까지 올라가는 계급(치안감 이상)에 대해서도 경찰위원회 동의 절차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부에 글 올린 朴총경은 감찰 후 적절한 조치”
이와 관련, 민갑룡 경찰청장은 14일 “경찰이 압정형 조직인 점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계급 정년제 등을 이유로 유능한 인재가 40대 후반, 50대 초반에 직을 떠나는 것을 개선하고, 순경으로 입직해도 고위직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박 총경에 대해서는 “간부들의 의견 표명은 조직 내 역할과 책임에 따라 방식과 내용이 달라야 한다”며 “감찰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