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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요청해야 돌려받는 ‘뻥튀기 병원비’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26>진료비 확인서비스 확대·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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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초음파를 했는데 비급여래요.”

“허리를 삐끗해 진료를 받고서 복대를 찼는데 왜 비급여인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병원 진료 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청구서를 받아든 환자들이 진료비 내역을 다시 확인해 달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제기한 민원 사례다. 심사 결과 2건 모두 병원의 부당 청구로 확인됐다. 간 초음파는 간 질환이 의심돼 진단하려고 시행한 것이어서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었고, 복대 역시 시술 후 진료상 필요해 찬 것이어서 비급여가 아니었다. 환자들은 잘못 낸 진료비를 환불받았다. 진료비 확인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영영 되찾지 못했을 돈이다. 이렇게 환자들이 부당하게 냈다가 돌려받은 금액이 최근 5년간(2013∼2017년) 116억 5051만원이었다. 환자의 권익을 위해 심평원의 진료비 확인 서비스를 확대·강화하거나 진료비 명세서 발급 단계부터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진료비 확인 서비스는 환자가 병원이나 의원 등에서 청구한 진료비가 적정한지,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 등을 심평원에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는 권리구제 민원제도다.

22일 심평원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진료비 확인 신청 건수는 총 11만 6924건이었고, 환불 결정은 4만 1740건이었다. 10건 신청하면 4건(35.7%)가량은 잘못된 비급여 적용으로 환불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도 2만 4106건이 접수됐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신청한 건수가 매년 2만여건이니, 실제로 병·의원의 진료비 ‘뻥튀기’ 청구에 피해를 입은 환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당 청구 사례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인데도 병원이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로 처리한 사례가 대다수다. 병원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진료 항목에 자체적으로 정한 금액을 매겨 진료비를 받고 있는데, 이를 비급여 진료 비용이라고 한다.

특정 의료행위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인지 아닌지는 건강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조차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하물며 환자가 진료비 명세서만 보고 병원이 진료비를 부당 청구했다고 판단해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정보가 적어 평생 ‘을’(乙)일 수밖에 없는 환자 입장에선 심평원의 진료비 확인 서비스가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알아도 심평원이란 기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상당수다. 당연히 진료비 확인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복지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이 서비스에 대한 안내조차 없다. 더 많은 국민이 이용하도록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환자가 요청하지 않아도 심평원 스스로 의료비 논란이 잦은 병원을 직권으로 조사해 부당 청구를 가려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현된다면 사실상 심평원이 상시적으로 비급여 의료비를 관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대 국회 때 관련 법안을 발의했었다.

남 의원실의 김봉겸 보좌관은 “제도를 몰라 진료비 확인을 신청하지 못한 사람들 문제까지 해결하자는 취지였는데, 의료계는 자율적인 영역에까지 정부가 깊숙이 관여해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며 반발했고, 직권 심사를 남용하면 병원에 대한 상당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정부가 비급여에 관여할 수 있는 수단이 늘고 비급여 자체도 줄고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국민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 직권 심사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환자의 동의 없이 정부 기관이 진료비 내역을 들여다보면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의료 정보는 특히 민감해 더 많은 반대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이는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재산권 보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심평원이 특정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 경향을 지켜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직권으로 조사해 부당 청구 건을 밝히고, 이를 피해입은 해당 환자에게 통보해주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실손보험의 경우 가입자들에게 개인정보 이용 정보 동의를 사전에 구하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지금도 진료비 부당청구 논란이 잦은 의료기관에 대한 현지 조사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복지부 관계자는 “민원이 많이 제기되거나 부당 청구가 확실하다 싶으면 정해진 기간 동안 해당 의료기관의 모든 진료 내역을 살펴보고 내지 말아야 할 돈을 낸 환자에게 통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조사 대상은 1년에 800~900여곳으로, 전체 요양기관의 1%가 안 된다.

심평원에 직권 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게 어렵다면 진료비 확인 서비스라도 활성화해야 하지만, 지금 인력으로는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 먼저 인력과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심평원 본원과 지원에서 진료비 확인 서비스 업무를 하는 인력은 지난해 101명으로, 1명당 평균 237건을 처리하고 있다. 이마저도 해당 업무만 하는 전담 인력은 아니다.

심평원 관계자는 “병원에 자료를 요청하고 분석하고 위원들의 자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1건을 처리하는 데 최소 1주일 이상이 걸린다”며 “제도가 활성화돼 진료비 확인 신청이 급증한다면 현재 인력으로는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전산화된 비급여 정보를 ‘큐알(QR)코드’에 담고, 이 코드를 진료비 명세서에 넣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환자가 QR코드를 스마트폰 앱으로 인식해 자신이 받은 진료가 어떤 이유로 비급여로 분류됐는지를 알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려면 표준화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비급여는 병원마다 행위가 다르고 내역도 다르다”면서 “의료 정보화 사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설명했다. 먼저 의료기관마다 다른 비급여 항목의 명칭과 코드 표준화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의 비급여 항목 명칭과 코드를 표준화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복지부는 환자가 가격을 비교해가며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병원의 비급여 진료 비용을 단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07개 항목의 비급여 진료 비용 정보를 공개했고, 올해 340개 항목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진료 비용 정보를 공개하려면 병원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명칭과 코드를 매칭해야 한다. 이런 작업이 진행될수록 병원의 ‘깜깜이’ 비급여 정보가 파악 가능한 수준으로 정리되기 때문에 정부가 비급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토대도 마련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 비용 공개 항목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비급여를 표준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재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돼 있다. 전체 의료기관의 94%를 차지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대상이 아니다. 복지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위한 표본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복지부 측은 “의원급으로 확대하라는 요구가 많아 어떤 방향으로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9-01-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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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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