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권수 신일해피트리 에너지마을 대표
‘공동전기료 왜 내냐’는 항의에 처음 시작지역·거주지별 맞춤 절약 방법 고민해야
손권수 신일해피트리 에너지자립마을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시의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경위와 발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단순히 한 달에 전기세 몇 천원, 몇 만원 줄이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이런 노력이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경제적인 이득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우리 후손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기후 변화나 환경 문제 등은 거창한 담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작은 실천이 모여서 자손들에게 좀더 나은 세상을 전해줄 수 있다니 신나지 않나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신일해피트리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손권수(68) 신일해피트리 에너지자립마을 대표는 “평범한 ‘옆집 아저씨’였는데 지금은 에너지자립 전도사가 다 됐다”면서 웃었다. 2015년 신일해피트리 에너지자립마을 조성 초기부터 발로 뛰어온 ‘원년 멤버’이기도 한 손 대표는 성공적인 정착의 비결을 “지역 구성원들의 협조와 환경적 요인이 모두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계기로 에너지자립마을을 시작하게 됐나.
“입주자대표로 관리사무소에 있을 때 한 주민이 전기세 고지서에 표기된 공동전기료 항목으로 항의한 적이 있다. ‘계단 전등과 지하 주차장, 기계실, 관리실, 경비실, 가로등, 정화조 등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의 전기를 나눠 내는 것’이라고 설명드려도 ‘나는 차도 없고 옥상도 갈 일 없으니 공동전기료를 빼달라’고 주장해 난감했다. 우선 공동전기료를 절약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겨우 달래서 돌려보낸 뒤 고민이 시작됐다. 때마침 서울시에서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찾아왔는데, 설명을 듣다 보니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서울과 같은 복잡한 대도시에서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자립’은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는데.
“어려운 문제다. 모든 지역공동체가 우리 아파트와 상황이 같지 않다. 우리가 비교적 손쉽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소규모 단지인데다 주민의 60% 이상이 10년 이상 거주한 이웃이다 보니 설득을 하면 신뢰를 갖고 따라와 줬다. 또 의지는 강하더라도 건물 위치나 모양 등 때문에 태양광발전 설비가 부적합한 경우도 있다. 여러 요인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하지만 주민들이 끊임없이 모여서 공부하고 토론하다 보면 자신들의 거주지에 맞는 형태의 에너지자립 방식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지역 특성별 다양한 성공 사례가 늘어나다 보면 결국 서울시 전반적으로 에너지자립이 가능해지지 않겠나.”
-앞으로의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
“올해는 새로운 도약의 단계다. 이번 달에 전 가구에 소형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면 마을의 자생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또 아직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미래에는 주민들이 쓰고도 남을 만큼 전기를 생산해서 다른 지역에 판매하거나 사설 전기차 충전소 등 수익사업을 운영해 그 수익으로 아파트 관리비를 자체 충당하는 것도 꿈꾸고 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