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들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
성북, 10만원 상당 생필품·희망 물품 지원이웃에 티나지 않게 택배 배달처럼 포장
손소독제 찾아 발품… 수령 확인도 필수
서초, 자가격리자 배출 쓰레기 개별 관리
“한 여성 자가격리자는 급작스럽게 시작된 생리에 여성용품을 요구해 사다 드렸고, 매일 믹스커피를 마신다는 분에게는 믹스커피를 사다 드리기도 했어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긴급복지물품을 지원한 서울 성북구 희망지원팀 관계자는 5일 이렇게 전했다. 정부가 4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자들을 14일간 자가격리하기로 한 데 따른 지원 조치다. 성북구의 경우 지원물품은 10만원 상당의 쌀, 라면, 생수, 세면도구 등 16개 품목의 생필품이지만, 격리 대상자가 원하는 물품이 있을 경우 직접 사다줬다. 관계자는 “한 남성 격리자의 경우 담배를 사다 달라고 했지만, 담배는 생필품이 아니라 지원이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최대한 티 내지 않은 ‘007배송’이다. 이웃에게 자가격리자인 것을 티 내지 않기 위해 택배 배달처럼 마트 박스에 싸서 물건을 배달하고 자가격리 안내장은 박스 깊숙이에 넣는다. 관계자는 “자가격리자와 비대면 배달이 원칙이라 집 앞에 물건을 가져다 놓고 돌아온 뒤, 나중에 전화를 걸어 물품 배송을 알렸다”고 말했다.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도 많다. 이날 자가격리자 물품을 구입한 송파구 동주민센터 복지정책과 직원은 “요즘 품귀인 손소독제는 약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도 필수다. 관악구의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집 앞에 긴급복지 물품을 두고 간 뒤 혹시 타인이 수령하거나 분실될 것을 우려해 멀찍이서 물건을 잘 가져가는지 지켜봤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가격리자에 대한 관리다. 영등포구의 자가격리자는 현재 18명에 이른다. 구보건소는 이들에게 하루 1번 이상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본다. 자가격리자가 스스로 체온계로 열을 재고 구보건소에서 안부전화가 오면 몸 상태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중랑구 담당자는 “대부분 가정집에 생필품이 구비돼 있지만 우유나 계란 등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은 추가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자가격리자의 경우 가족과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거나 그릇, 수건 등의 물건을 따로 사용하는 등 가정 내에서 재격리를 안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자가격리자의 쓰레기 처리 방식은 구별로 조금씩 달랐다. 서초구 관계자는 “자가격리자가 집 앞에 쓰레기를 내놓은 뒤 보건소 담당 직원에게 연락하면, 보건소가 청소행정과에 연락해 자가격리자 집을 직접 방문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제공되는 폐기물 전용봉투에 담아서 소독제로 쓰레기 상부와 봉투 외부를 매일 소독해 격리가 종료될 때까지 가정 내 별도 장소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