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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몸매관리는 기본…호신은 덤 ‘무에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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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아니고, 그냥 취미로 무에타이를 배울 수 있나요?”

“네.”

“회원 중에 여성도 있어요?”

“네.”

운동선수 출신답게 단답형으로 일관하던 오성일 관장과 태국 전통무술 ‘무에타이’를 배우는 여성을 만나러 2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구심체육관을 찾았습니다.20평 남짓한 체육관에서 선수 2∼3명이 샌드백을 발로 차며 훈련중이었죠.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 선수의 발목을 보자 덜컹 겁이 났습니다.‘체력이 뛰어난 여성들만 모여 운동하겠구나.’ 그러나 강의시간에 맞춰 하나둘씩 체육관을 찾은 여성들은 그저 평범해 보였습니다. 대부분 앳된 20대 초반 여성이었지요. 아들과 함께 무술을 배우는 40대 주부도 있었습니다.


2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대한무에타이협회 구심체육관에서 여성, 남성 회원들이 경쾌한 리듬에 맞춰 팔과 다리를 뻗는 ‘무에타보’(무에타이에 에어로빅을 접목)를 즐기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5∼6명의 여성들이 자리하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오 관장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고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회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관장의 동작을 따라하며 ‘춤’을 췄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무에타이를 응용한 에어로빅 ‘무에타보’였습니다. 힘차면서도 유연한 게 묘한 매력을 발산하더군요.

20분쯤 흘렀을까요. 회원들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다이어트는 기본, 호신은 덤”이라던 오 관장의 설명이 바로 이해되더군요. 허공을 가르는 발차기가 얼마나 상쾌해 보이던지. 긴장했던 기자도 발뒤꿈치가 들썩거렸습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무에타이? 어려워하지 마세요


2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대한무에타이협회 구심체육관을 찾은 여성, 남성회원들이 태국 무술 ‘무에타이’를 에어로빅에 접목한 ‘무에타보’를 배우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20일 오후 8시 서울 관악구 봉천6동 대한무에타이협회 구심체육관.20평 남짓한 체육관에 회원들이 하나둘 도착한다. 이마에 마주 잡은 손을 올려 인사를 건넸다.

오성일 관장이 들어오자 일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국기를 향해 경례를 한 뒤 수업을 시작했다. 모두 맨발이다. 신체 접촉이 많은 무술이다 보니 남성과 여성이 따로 자리했다

에어로빅 접목한 ‘무에타보´로 몸풀기

첫 순서는 무에타이에 에어로빅을 접목한 ‘무에타보’.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회원 10여명의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가볍게 주먹을 쥐고 리듬에 맞춰 팔을 뻗는다. 발은 좌우로 움직이며 흥을 돋운다. 회원들은 거울에 비친 동작을 보며 어색한 부분을 바로잡는다. 힘을 빼고 가볍게 움직이지만, 어느새 팔이 뻐근해 진다.


다음은 다리올리기. 무릎을 접어 다리를 번갈아 올리며 앞으로 움직인다. 허벅지 근육이 당겨온다. 엉덩이를 탄력있게 만드는 동작이다. 이제 공중에서 무릎까지 편다. 기를 배로 모아 내뱉느라 입에선 ‘휙휙’바람소리가 나온다.

어느새 얼굴은 땀범벅으로 변했다. 공중으로 팔과 다리를 수차례 뻗었을 뿐인데 등줄기가 흥건히 젖었다.

음악이 바뀌었다. 이제 두 명이 한 조로 ‘춤’을 춘다. 글러브를 끼고 한 사람이 주먹을 날리면, 다른 사람이 막는다. 팔꿈치, 무릎, 다리로도 공격한다. 어느새 발차기에 힘이 실린다. 방어하는 사람이 겁먹은 표정으로 놀란다. 에어로빅을 가미했지만 무술이라 ‘승부욕’이 살아나는 탓이다. 체육관은 땀 냄새가 가득했다.

이제 서로 목을 움켜쥐었다. 무릎을 상대방 배쪽으로 올려치면 막아내는 동작. 타이밍이 어긋나면 다칠 수 있다. 조심하며 천천히 발을 옮긴다. 틀린 부분을 서로 지적해주는 모습이 다정하다.

무에타보는 20분 남짓 진행됐지만, 운동량이 상당했다. 대다수가 헐떡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복합운동”


아들과 함께 등록한 주부 서현숙(48)씨는 “무에타이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강한 동작도 음악과 어우러지면 부드럽게 변합니다. 재미있게 따라하다 보면 손·발놀림이 달라진 것을 느껴요.”

서씨는 태권도, 재즈, 에어로빅 등을 배웠지만 무에타이만큼 복합적인 운동은 처음이라고 했다.

샌드백과 마주하기

다음은 샌드백과 한판 승부를 벌일 차례다. 샌드백 4개에 나눠 선 회원들은 오 관장의 시범을 따라한다. 우선 주먹으로 샌드백 치기부터. 한두번 치더니 연속해서 가격한다. 그리고 벽까지 천천히 달려갔다 온다.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다.


발차기로 이어진다. 운동 강도가 높아질수록 묘한 카타르시스가 번져온다. 흔들리는 샌드백을 힘껏 걷어차자 쌓였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느낌이다. 잔소리하던 직장 상사나 술먹고 매일 늦는 남편을 떠올리는지 모른다. 샌드백에 손·발자국이 선명해질수록 가슴이 뚫리는 듯싶었다.

2분 운동하고 30초 휴식이 원칙이라 초보자도 쉽게 따라한다. 동작은 매번 바뀌어 지루하지 않다. 시간이 짧으니까 오히려 동작마다 최선을 다하게 된단다.

대학생 최효정(22)씨는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한달 만에 5㎏을 뺐고,1년 3개월간 운동하며 탄탄한 몸매를 가꾸고 있다. 자신감까지 덤으로 얻었다.

“몸이 강해진 걸 느끼니까 생활도 변하더라고요. 밤 골목도 무섭지 않고, 옷을 입어도 맵씨가 나고. 기분 좋죠.”

와이크루로 마무리


마무리는 와이크루. 원래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신과 스승, 부모에게 표하는 의식이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부드러운 율동을 선보이는 터라 긴장감을 풀어주는 워밍업으로도 사용한다.

오 원장은 와이크루를 수업 후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으로 사용했다. 무릎 꿇고 앉아서 손을 머리 부분에 올리고 원을 그리며 뻗어준다. 관절의 긴장을 촘촘히 짚어주는 느낌. 뻐근했던 어깨와 등이 이완되는 듯하다.

박수로 수업을 마치면 삼삼오오 모여 체육관을 청소한다. 바닥에 땀이 많이 떨어져 물걸레로 깨끗이 닦아낸다. 얘기를 나누며 걸레질하는 모습이 여고 교실과 닮았다.

영화 ‘옹박’을 보고 즉흥적으로 무술을 시작한 직장인 윤효진(26)씨는 “청소까지 끝내고 나면 정말 몸이 개운하다.”고 했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 내일을 힘차게 시작할 힘을 얻는 것 같은…. 그 맛에 푹 빠졌죠 뭐.”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무에타이란?


무에타이는 태국식 발음으로 ‘무워이 타이’다.‘무워이’는 복싱 또는 싸움을,‘타이’는 태국을 뜻한다.

태국 무술 전문가들은 무에타이가 2000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주무기가 태권도 돌려차기와 비슷한 발 기술인데, 미얀마·필리핀·인도 등 동남아시아 지방에서 비슷한 발차기가 많아 역사가 깊다고 짐작한다. 무에타이는 이외에도 주먹, 팔꿈치, 무릎과 함께 ‘빰’(목잡기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무에타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17년 1차 세계대전부터다. 연합국으로 참여한 태국 군인들이 무에타이를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까지 무에타이는 가죽과 대마로 주먹을 감고 유리가루를 발라 신체 모든 부분을 이용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고대 방식의 경기였다.1930년부터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글러브를 착용하고 있다.

태국에선 무에타이를 습득한 뒤에 국제식 복싱으로 전향하거나, 무에타이와 복싱을 겸하는 선수가 많다.

반면 킥복싱은 무에타이와 일본의 가라테 등을 합친 일본 특유의 경기로 1966년에 만들어졌다.

●오성일(31) 관장은 카리스마가 넘친다. 날카로운 눈빛과 탄탄한 근육 탓에 첫만남에 상대방을 압도한다.


오성일 관장
그러나 경쾌한 리듬에 맞춰 ‘무에타보’(무에타이 에어로빅)를 선보일 때면 180도 달라진다. 날렵하고 정확한 동작 속에서 부드러움이 스며난다.

“선수로 나설 계획이 없다면 무에타이는 과격한 무술이 아닙니다. 근육을 골고루 사용해 오히려 다이어트와 체형 교정에 효과적이죠.”

회원 50명 가운데 여성이 20여명인 것도 이런 이유란다.

오 관장이 무에타이를 시작한 것은 1994년, 우리나라에 소개될 무렵이다. 온몸을 사용하는 격투기의 역동성에 반한 그는 태국으로 떠났다. 본고장에서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99년까지 선수로 활동하며 실력을 쌓았다. 챔피언이 탄생할 때마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는 무술이라 지금도 태국을 자주 방문해 기술을 익힌다.98년에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구심체육관을 열어 선수를 키우고 있다. 요즘엔 심판으로도 활동한다.

오 관장은 초·중·고급 과정을 3개월 단위로 가르친다. 초급 3개월이면 대부분 기본자세를 익힌단다.

“처음에는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특히 잘 쓰지 않던 왼쪽 팔과 다리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면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른발을 10번 뻗을 때, 왼발을 20번 뻗도록 가르친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몸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몸이 뜻대로 움직이면 자신감을 얻고 대인관계까지 향상된다고 오 관장은 설명했다.“링은 사회이고, 상대 선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세상에 맞설 자신감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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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