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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은빛생각교실서 온 편지

경북 의성군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김귀선(72) 할머니는 얼마 전까지 ‘눈뜬장님’ 소리를 듣고 살았다. 가난으로 인해 학교를 다니지 못해 한글을 배우지 못해서다. 그래도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 때는 별문제가 없었다. 이웃 사람들이 김 할머니를 대신해 통지서도 읽어주고, 서류도 대신 작성해줬다. 하지만 손자들을 키우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부터 생활 곳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김 할머니는 “지하철 노선도는 물론 버스정류장의 글씨를 못 읽어 항상 다른 사람한테 어디를 가는 데 얼마나 있다가 내려야 하는지 물어야 했다”면서 “특히 손자들한테 동화책 한 권 제대로 못 읽어줄 때는 속이 이만저만 상하는 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3일 자신들의 편지가 전시된 용산 국립한글박물관 견학을 가는 은빛생각교실 할머니들을 조길형(오른쪽) 영등포구청장이 배웅하고 있다.
영등포구 제공

그런 김 할머니가 영등포구에서 운영하는 은빛생각교실을 다니면서 이제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10일 “김 할머니처럼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고 계신 분이 현재 75명”이라면서 “평균 연령은 72세이고 최고령자는 88세도 계신다”고 설명했다. 2013년 문을 연 은빛생각교실은 그해 31명의 수강생을 배출한 데 이어 지난해 65명의 어르신을 문맹에서 탈출시켰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김 할머니는 세상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이제까지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동네 표지판들이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면서 “가끔 손자들이 공부하는 속도가 늦다고 놀리지만 그래도 공부가 재밌다”며 웃었다.

김 할머니는 한글을 가르쳐준 은빛생각교실이 참 고마웠다.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에게 편지를 썼다.

“안녕하세요. 구청장님 은빛생각교실에 다니논 김귀선입니다 제가 이렇게 구청장님께 편지를 쓰는 우유는 감사하는 마음을 저달하기 위해서 입니다. 저는 다 늙어서 배움의 기쁨을 느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철자가 틀린 편지를 받은 조 구청장은 덩치에 맞지 않게 눈시울을 붉혔다. 구의 지원 덕분에 은빛생각교실은 올해부터 심화반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입문반은 한글기초인 자음과 모음부터, 기초반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돕는 문해능력 교육을, 심화반은 일기쓰기와 글로 표현하기 등 반별로 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할머니들의 편지가 전시됐다. 김 할머니가 조 구청장에게 쓴 편지도 이때 전시됐다. 지난 3일에는 은빛생각교실 할머니들이 편지가 전시된 박물관을 나들이 겸 견학을 갔다. 이날 할머니들을 배웅하러 나간 조 구청장은 “나도 늦깎이 공부로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면서 “공부를 하겠다는 어르신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5-06-1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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