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공무원문예대전 입상 수상작
산길 험해 예전엔 자갈치서 기선으로 찾아가던 곳
가슴 속 엉킨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 날
그대 안부가 절절한 날, 송도로 간다
사시사철 하얀 옷고름 풀어헤치고
푸른 젖가슴을 내놓는 그 바다
밤새 젖은 별로 깜박이던 묘박지
외항선들도 꿀잠에 빠져들고
밀물에 끝없이 실려 온 상사가
켜켜이 쌓인 백사장에는
고운 모래가 눈물처럼 반짝거린다
고즈넉한 언덕바지 노송 한 그루,
해풍에 붙박인 채
굽은 등으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풍파가 그은 시간의 날카로운 빗금이
나이테로 점점 둥글어지는데
언제나 올까, 등이 굽도록 기다리는 임
파도가 쉴 새 없이 낮은 음표로
작은 모래 건반을 두드려도
납작 엎드린 밤은 불면을 뒤척거린다
언제나 올까
밤바다 가득 수놓은 금실 달빛을
거북섬 위에다 곱게 펴서
그대 사뿐히 지르밟고 올 구름다리 하나 놓아볼까
이국정취 물씬한 밤이 찾아와
꺼져가던 추억들에 불을 밝히면
섬 아닌 섬에서 손짓하는 그대
횟집 수족관에 갓 들어온 어리둥절한 고등어 한 마리가
이 밤, 바다로 돌아가는 길을
놓치고 있다
박창식 (전 부산광역시 남항관리사업소장)
2017-12-04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