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잃은 흩어짐으로 아직 남은
늦더위가
오후 두시 골목시장 좌판을 훑고
간다
비린내 가득한 좌판 위로
자반고등어가
지친 늑골의 육신을 내려놓고
외마디 외침으로
공양의 길을 가고 있다
검은빛 감도는 허파 사이로
오대양 심해 온갖 세월을 유영하던
움직임들이
이젠 숨죽여 발가벗은 몸으로
미소 같은
그윽한 편안함이 묻어 있다.
소금에 염장(鹽藏)되어
자신의 마지막 한 점 살점까지도
몸 보시(布施) 하는 인자한 황금빛 웃음에는
한여름 그 길고 험한 물길질 대신,
이젠 모든 생리작용을 마치고
세월의 빗장을 열어둔 채
죽음의 정원을 짓는
늙은 누에의 거룩한 영혼의
입놀림같이
자식들의 굶은 배를 위해
물배 채우시는 늙은 어매의
얼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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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서울시 성북구청 문화체육과 성북동역사문화팀장 |
박정훈(서울시 성북구청 문화체육과 성북동역사문화팀장)
제19회 공무원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2018-04-16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