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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으로 제2의 인생 시작한 김지훈·전희선·권양선씨

“전 직장에서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그만둔 뒤 새 직장을 구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어요. 직장을 그만둔 지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죠. 막상 구하려고 보니 단순 사무직이나 대형마트 단기 아르바이트밖에 구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공무원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18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 스튜디오에서 늦깎이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지훈(왼쪽부터) 인사혁신처 주무관, 전희선 고용노동부 주무관, 권양선 방위사업청 주무관이 “새로운 인생이 열렸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고용노동부 서울북부고용센터에서 근무하는 전희선(45)씨는 공무원 시험이 새로운 직장 생활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말했다. 전씨처럼 오갈 곳 없는 경력 단절자들이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직업이 바로 공무원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서 40대 합격자가 178명(3.6%), 50대도 15명(0.3%)이었다. 전체 합격자 비중은 높지 않지만 민간 기업이었다면 가능성조차 없었을 것이다. 18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남들보다 한참 늦게 입직한 공무원 3명을 만났다.

●“육아 10년 경력 단절도 차별 없어”

전씨는 출판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9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 업무로 큰 성과를 냈던 ‘에이스’였다. 그러나 육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퇴사했다. 금방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사이 10년이 훌쩍 지났다. 10년이라는 시간은 ‘민간 영역’에서 새로 도전하기 어려운 벽을 만들었다. 전씨는 “독서지도사를 해볼까 생각해 알아보기도 하고 기업에 지원도 해봤지만 많은 나이와 단절된 경력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가 공무원 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보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사업감사담당관실에 근무하는 권양선씨(41)는 2014년 입직했다. 권씨에게 공직은 네 번째 직장이었다. 그는 중소 해운회사에 다니다 아프리카에서 원목사업으로 독립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이후 영어강사로 활동하던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공무원에 도전했다. 저녁시간에 근무할 뿐 아니라 시험기간에는 주말에도 출근할 수밖에 없는 학원 강사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세 번 떨어지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한 네 번째 공무원 시험에서 임명장을 거머쥐었다.

인사혁신처 국가인재원 스마트교육과에서 근무하는 김지훈씨(47)는 지난해 입직했다. 정보통신 관련 업계에서 근무했던 그는 더 나은 삶에 도전하려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김씨는 다른 두 명과 달리 민간에 재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경력단절 기간도 길지 않았고 스펙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이직을 가로막는 큰 벽이었다. 그는 결국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국어 시험… 우리말이 이렇게 어렵다니”

이들의 도전은 가족과 생업이 있는 연령대라서 쉽지만은 않았다. 전씨는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전씨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 큰아들과 4살 작은 딸이 있어 육아에 쏟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전씨는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새벽에 일어나 동영상 강의를 듣는 시간과 작은아이가 어린이집에 갔을 때 생기는 시간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전씨는 아이들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책감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전씨는 “올해 안에 무조건 승부를 보겠다”고 다짐했다. 전씨는 “6개월 만에 합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를 해서 그런지 응급실을 가기도 했다”며 “하지만 가족에 더 피해를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 집중한 게 합격의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접하는 시험 과목도 문제였다. 김씨는 “국어 시험을 준비하면서 내가 우리말을 이렇게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술직이다 보니 전공과목은 실무 경험이 있어 오히려 괜찮았는데 국어는 정말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권씨는 행정학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다른 과목을 배울 땐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괜찮았는데 행정학은 혼자 동떨어진 ‘각개전투’처럼 느껴졌다‘며 “하나를 배우고 다른 것을 배울 때면 이전에 배운 것을 잊어버려 어려움이 많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부족했던 전씨는 공무원 시험 기본서를 집중적으로 팠다. ‘기본이라도 충실히 하자’는 전략이었다. 권씨는 반대로 ‘세부적인 내용까지 훑자’는 전략을 세웠다. 세 차례나 떨어졌을 때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부분에서 시험 문제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씨와 권씨는 서로 반대의 전략을 세웠지만 모두 합격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들은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늦게 입직한 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민간에서 익힌 노하우와 경험을 공직사회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십여년의 경험을 쌓은 신입 직원이기 때문에 다른 동기들보다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노하우가 실적으로 이어졌다. 김씨는 최근 업무 혁신을 제안하는 공무원 경진대회에서 인사처장상을 받았다. 김씨는 “전 직장에 있을 때 사내 메신저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 이곳에선 전화를 주로 사용하는 것을 봤다”며 “민간에서 메신저 활용할 때의 장점을 설명하고 많이 활용하라고 제안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민간에서 익힌 노하우, 업무 혁신으로”

고용노동부 서울북부고용센터에서 일하면서 민원인을 많이 상대하는 전씨는 많은 나이가 오히려 무기가 된다고 말한다. 그는 “고용센터 특성상 악성 민원인을 대처해야 할 때가 많다”며 “어린 친구들은 민원인을 응대할 때 부딪치는 때가 많은데,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나는 좀 더 수월하게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늦은 나이에 도전한 만큼 주변의 우려도 많았다고 말했다. “나이가 많아서 공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거나 “공무원이 박봉인데 괜찮겠느냐”는 걱정이었다. 이런 우려에도 이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도움이 컸다. 전씨는 “남편과 친정 어머니의 도움이 컸다”며 “남편은 자영업 특성상 늦게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수험 기간엔 일찍 귀가했고, 어머니도 아이를 봐주는 등 정성껏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권씨도 “둘째 형의 적극적인 지지 덕에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며 “세 번째 떨어지고 네 번째 시험을 준비할 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라’며 금전적 지원을 해줬다”고 했다.

●“가족들 응원과 지원은 합격 필수요건”

이들은 늦깎이로 시작한 만큼 금전적인 부분과 명예를 꿈꾸기보다 공익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씨는 “고용부에 들어온 이유가 노동 약자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근로감독관이 되고 싶다”고 웃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18-12-1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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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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