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밖 청소년’ 상당수가 열악한 경제 상황과 정서적 어려움에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4.6%는 1인당 평균 265만원가량의 빚을 지고 있었으며 36.9%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4.7%는 실제 계획까지 세운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10명 중 8명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상당수가 가정 내 폭력과 갈등을 피해 집을 나섰기 때문이다.
●가족 갈등·폭력 경험… 돌아갈 수 없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9일 가출 등 다양한 이유로 가정 밖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730명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간하며 “청소년이 다시 집으로 복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답한 청소년은 19.6%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41.2%가 ‘지금도 예전의 힘든 일이 떠올라 괴롭다’고 했다. 43.8%는 ‘부모님이 내 몸에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남을 정도로 때린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64.8%는 ‘부모님을 믿고 의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청소년들은 자립하길 원했지만 실제로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은 10명 중 4명에 그쳤다. 훈련받지 못하고 그때그때 용돈벌이용 일자리를 찾다 보니 16.0%는 불법이나 탈법적인 일자리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 밖을 나선 기간이 길수록 불법·탈법 일자리 경험률이 올라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44.4%는 ‘무기력에 빠진 적이 있다’고 했고 51.5%는 ‘우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자립하도록 진로 계획 등 지원 확대해야”
가정 밖 청소년들의 자립 의지를 파악한 결과 가장 많은 85.9%가 ‘나는 앞으로 나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나는 혼자의 힘으로 어떤 일이든지 해낼 자신이 있다’는 항목에서는 가장 낮은 응답률(61.6%)을 보였다. 10명 중 2명은 저축을 하고 있었지만 1인당 평균 액수는 112만원으로 자립을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연구원은 “이들의 자립 의지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자립을 모색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진로 계획을 세워 주고 경제적·정서적 지원 등을 다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