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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 떨어지면 끝… 로스쿨 나와 ‘오탈자’ 낙인만 남았네요

‘5년 내 5번’ 변호사시험 끝없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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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 낭인 안 돼… 응시 제한해야”
사시처럼 낭인 양산하는 폐해 막아야
“일정 기간 안에 능력 갖추는 것도 평가”
헌재도 합헌 판단… 미국도 기회 제한

“직업 선택의 자유 막혀… 위헌이다”
현행 로스쿨은 장기 수험 생활 불가피
임신·질병 등 예외없는 적용도 지나쳐
변시 전 예비시험 제도 도입 목소리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10년의 그림자, ‘오탈자’(五脫者)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오탈자는 로스쿨 졸업 뒤 5년 내 5회 이상 변호사시험(변시)에 합격하지 못한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더이상 변시에 응시할 수 없다. 지금의 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닐까. 헌법재판소는 응시 횟수 제한이 합헌이라고 봤지만, 법조계 내에서는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마련한 ‘변호사시험 오탈자 해결 방법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자신을 오탈자라고 소개한 일부 참가자는 눈물을 흘리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로스쿨 1~3기 졸업생 중 441명 ‘오탈자’ 신세

9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9~2011년 입학한 로스쿨 1~3기 졸업생 가운데 변시 오탈자는 441명으로 추산된다. 변시 합격률이 50%가 되지 않아 오탈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오탈제(制)를 도입한 이유는 사법시험(사시)의 폐해를 극복하고 로스쿨 도입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간 사시는 대한민국 국가고시의 ‘끝판왕’으로 군림했다. 합격만 하면 단박에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가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사시에 수차례 낙방해 사회에 진출할 기회를 놓친 ‘낭인’도 다수 생겨났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라는 지적이 컸다. 이 때문에 로스쿨은 변시에 통과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사회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무기한 격리되는 것을 막고자 시험 응시 횟수를 제한했다. 당초 변호사시험법안을 제출할 때 5년 내 3회로 제한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응시 횟수가 2회 늘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 일정하게 유지 적절”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어떤 직업을 꿈꾸든, 그것을 위해 얼마의 비용을 부담하든 선택의 몫은 개인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응시 횟수를 제한하는 오탈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호사시험법 7조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위헌법률심판이 청구됐지만 헌재는 이를 기각했다. 헌재는 정부의 제도 도입 취지를 인정했다. 정부가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일정한 비율로 유지하고 로스쿨 교육이 끝난 때로부터 일정 기간만 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에 법조인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이주하(법무법인 혜인) 대한법조인협회 대변인은 오탈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현행 로스쿨 제도에서 변호사가 되려면 학부와 로스쿨까지 포함해 최대 12년이 걸린다”면서 “제도 자체가 이미 장기간의 수험 생활을 전제하면서 ‘응시 기회를 제한해 오랜 시험공부를 차단한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탈제 체제에서 변시 응시 횟수와 기간을 놓치는 게 두려운 일부 변시생이 휴·복학을 반복하거나 아예 새 로스쿨에 입학하는 사례도 나온다”면서 “로스쿨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음에도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수현(법무법인 승우) 대한법조인협회 공보위원회 위원장은 헌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변시 응시 기간을 제한한 것은 응시자가 일정 기간 안에 변호사로서 필수 요소인 법률사무 수행 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시 기간을 제한해야 로스쿨 교육을 충실하게 이수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로스쿨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등의 국가에서도 응시 기회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5년 내 5회로 제한한 것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적게는 2회… 35곳은 응시 제한 없어

현행법에서도 예외 조항은 있다. 병역의무를 이행할 때는 기간과 횟수를 유예해 준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임신·출산·질병 등 병역의무 외에도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서도 변시 기회를 유예해 주는 내용의 법안(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계류돼 있다.

로스쿨 제도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개별 주마다 응시 횟수를 달리 부여한다. 제한을 두고 있는 곳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버진아일랜드를 포함한 20곳이다. 기회를 가장 적게 주는 곳은 아이오와(2회)다. 가장 넉넉하게 주는 곳은 노스다코타·유타·푸에르토리코로 총 6번의 기회를 준다. 제한을 두는 주에서는 대부분 응시생에게 3~5번의 응시 기회를 주고 있다. 사우스다코타는 총 3번의 기회를 주는데 추가로 시험을 보려면 대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4번의 기회를 주는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재응시를 위해 변호사시험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곳을 제외한 나머지 35곳(자치령 포함)에서는 응시 횟수에 제한이 없다.

●“로스쿨 안 가도 누구나 변시 기회 줘야”

오탈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만 변호사가 될 수 있게끔 하는 제도 자체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로스쿨을 도입한 이유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 비싼 등록금 탓에 ‘돈스쿨’이라는 오명이 커졌다. 일부 학교에서는 비리와 입학 특혜 의혹도 불거지면서 소위 ‘금수저’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로스쿨 입학 자체가 일부 학생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면서 원래 도입한 취지는 흐려지고 부작용만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 외에도 법학 능력 검증을 통해 누구나 변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오탈자 등 로스쿨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해결할 열쇠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 때문에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비시험 제도란 로스쿨을 가지 않더라도 법학 지식을 검증하는 별도의 시험을 치르면 변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예비시험 제도를 운영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통제하고 법조인이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제도가 아니다”라면서 “꼭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시를 볼 수 있는 우회 통로가 마련돼야 기회의 평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비시험이 로스쿨 무력화시킬 수도”

하지만 예비시험 제도가 로스쿨 제도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반발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예비시험 제도가 로스쿨 제도와 양립하려면 지금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새로운 방식의 법학능력검정시험을 도입해 일정 성적 이상이 되면 로스쿨 2학년 이상으로 편입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이 로스쿨에서 실무 교육을 받게 되면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는 전문 분야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19-07-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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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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