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90년생 공무원이 왔다’ 발간
노안 와서 보고서 글자 키우라는 과장님
건배사 두려워 ‘회식 포비아’ 생긴 일 등
공직사회 소통 위해 솔직한 이야기 담아
공직사회 미래를 열어 갈 새천년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공무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수기 형식의 책자 ‘90년생 공무원이 왔다’가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세대 간 간극을 줄이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 43개 기관, 57명의 공무원으로 꾸려진 ‘정부혁신 어벤져스’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책자를 18일 발간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는 점이다. 과장은 노안이 왔다며 보고서 글자를 키우라 하고 국장은 기후변화를 고민해야 한다며 “전체 분량 2쪽을 넘기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보고서를 두 가지 종류로 따로 출력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껏 회의에 들어갔는데 의견 제시는커녕 간부들 말에 맞장구만 치다가 “내 아이디어 어떤가”라는 국장의 물음에 ‘국민 정서와 안 맞는다’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튀어나온 답변은 “신선한 것 같습니다”였다는 아픈 기억도 소환한다.
회식보다 건배사가 더 두려워 ‘회식 포비아’가 생겼다거나, 퇴근한 뒤 저녁 시간 어김없이 카카오톡 등으로 불러내는 간부에게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고 아시나요”라고 따지고 싶었다는 얘기도 들어 있다. “정시 퇴근을 왜 허락받아야 하느냐”는 항의도 등장한다.
책에는 지난 8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1960~70년대생 공무원 1196명과 1980~2000년대생 1810명 등 30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실렸다. 젊은 공무원들은 보고 방식 중에서 ‘보고서 양식 꾸미기에만 치중’(46.0%)을, 회의 방식 중에서는 ‘과도한 회의자료 작성’(51.6%)을 가장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의 89.2%는 경직된 사고와 권위적 태도를 보이는 상관이나 어른을 지칭하는 ‘꼰대’가 자신의 회사에 있다고 답했다. 가장 흔한 꼰대 유형은 과거 경험만 중시하고 세대차를 무시하는 ‘라떼는 말이야형’(50.7%),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군대조교형’(23.9%)을 지목했다. 가장 싫은 꼰대 유형으로는 개인적 심부름을 시키는 ‘갑질오너형’(32.0%)을 꼽았다. 반면 시니어 공무원은 ‘스스로를 꼰대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15.7%만 ‘그렇다’라고 답했다.
행안부는 이번 책자를 공직사회 세대 간 소통 확산을 위해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 417개 기관에 배부할 계획이다. 발간을 기념해 오는 24일부터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2020 정부혁신 박람회’ 부대행사 중 하나로 26일 ‘전지적 90년대생 시점’이라는 토크쇼도 방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