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저소득층 구분모집’ 합격생 인터뷰
2009년 처음 도입한 ‘9급 국가직 공무원 저소득층 구분모집’ 합격자 22명이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해 말~올 초 정부 각 부처에 배치됐다. 이들을 수개월 동안 지켜본 한 해당 부처 관계자는 “일반모집 합격자들보다 부족하다는 점을 전혀 못 느끼겠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빠른 공직 적응이 도입 초기 ‘일반지원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일부 논란을 잠재우고 정부가 앞으로 구분모집 선발모집 비율을 점차 늘려가는 데 힘을 더해 주고 있다.올 2월부터 경기도의 한 세무서에 근무하는 김형우(가명·27)주무관은 2009년 처음 시행된 ‘저소득층 구분모집’에 합격해 9급 세무직 공무원이 됐다. 10년 전 사업실패로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 때문에 자신을 홀로 돌보던 할머니(71)가 늘 채무문제로 힘들어했던 것을 보며 자랐던 김 주무관은 금전문제 때문에 국세청을 찾는 민원인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김씨는 “연세 지긋하신 민원인들이 울면서 사정 얘기를 하면 돈 때문에 고생하시던 저희 할머니 생각이 나요. 현실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도 그냥 돌려보내지 못하게 돼요.”라면서 “지금까지 늘 남들한테 도움을 받아왔는데 이제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행복해요.”라고 덧붙였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저소득층 구분모집’의 모집대상을 늘리고 선발비율도 점차 높여갈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저소득층 선발 비율을 애초 1%보다 늘리고 구분 모집 응시자가 일반모집 합격선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는 선발 예정 인원을 초과하더라도 필기시험에는 합격시킨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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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소속 일반행정직 9급 공무원으로 경기도의 한 지청에 근무하는 이유진(가명·23)주무관도 ‘저소득층 구분모집’으로 공직자가 됐다. 2008년 서울의 한 간호학과에 진학한 지 1년 만에 휴학해야 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이 주무관이 부담하기엔 등록금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좌절도 잠시, 이 주무관은 공무원시험 준비에 뛰어들었다. 학원에 다닐 형편도 안 돼 도서관을 다니면서 교재 한 권씩 8~9차례 정독했다. 그런 이씨도 ‘저소득층 구분모집’ 공고를 봤을 때는 선뜻 지원을 할 수 없었다. 남들이 선입견을 가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공직에 들어올 때는 차이가 있었을지 몰라도 막상 들어오고 보니 (일반모집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서 “맡은 업무나 대우 등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을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에게 “조금도 꺼릴 필요없이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자기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1-08-04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