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협의이혼 평균 16.3% ↑ 가사노동·고부갈등 등 원인
#결혼 3년 차인 주부 A씨는 지난 설 이후 이혼절차를 문의하기 위해 법률사무소와 상담센터를 찾았다. 결혼 초창기부터 남편과 다툼이 잦았던 A씨는 닷새간의 설연휴 가운데 2박 3일을 시댁에서 보냈다. 사흘 동안 이어지는 설거지와 음식준비에 지친 A씨는 남편에게 ‘남은 연휴는 친정에 가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거리가 멀고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연휴 이후 주말에 가자’고 답했다. 결국 친정에 가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 A씨는 마음이 상해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남편은 A씨에게 “도대체 무슨 일을 했다고 이러냐”며 핀잔을 줬다. A씨는 이어지는 남편의 폭언에 ‘이 사람과 더는 함께 살 수 없겠구나’라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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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가족 간의 정을 확인하는 날이다. 하지만 때로는 해묵은 감정이 폭발하면서 부부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22일 대법원의 전국 법원 이혼소송 접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설연휴 다음달인 3월 접수된 이혼소송은 3539건으로 전달(2월) 2540건보다 39.3% 증가했다. 2012년 설 당시엔 3755건으로 전달에 비해 16.7%, 2013년에도 3580건으로 14.3% 정도 증가했다. 추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4년 추석 연휴 다음달인 10월에는 3625건의 이혼소송이 접수됐다. 이는 전달에 비해 7.7% 늘어난 수치다. 협의이혼도 지난 2012년 설연휴부터 올해까지 전달 대비 평균 16.3% 정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명절 연휴 이후 이혼소송이 늘어나는 요인으로는 여성에게만 일방적으로 집중되는 가사노동, 이로 인한 고부갈등과 부부갈등 등이 꼽힌다. 이처럼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명절에 시댁이나 처가 방문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 황모(33·여)씨는 “시댁에 가는데만 6~7시간 걸린다. 도착하면 곧바로 음식을 만들고 조카들도 돌봐야 한다”며 “되도록 늦게 가고, 최대한 일찍 시댁을 나서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홍승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일상화되고 맞벌이 가구가 절반을 넘어서면서 가사노동 분담이 늘고 여성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며 “여성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과 변화된 인식의 차이가 시댁 식구와의 갈등,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가족문화가 여실히 드러나는 시기가 명절”이라면서 “간극을 메울 수 있도록 명절 문화를 일정 부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5-09-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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