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 의무 조항에 ‘위법 경우 거부’ 단서 마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지시 무조건 이행서 비롯“앞으로 회의 자료는 어떻게 메모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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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공직사회에도 쓰나미와 같은 충격을 몰고왔다. 대통령의 지시를 열심히 수첩에 받아 적던 고위공무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면서 공무원들 사이에 ‘수첩 금지령’까지 나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 시절부터 메모광으로 유명해 수첩에 꼼꼼하게 받아 적는 것을 강조했기에 100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수첩에 기록하는 것이 미덕으로 통했다. 하지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과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깨알같이 기록한 수첩은 박근혜 정부의 치명타로 돌아왔다.
비밀 유지가 필요한 회의는 녹취나 수첩 반입이 금지되고 달랑 포스트잇 몇 장에 간단히 메모하는 분위기였는데 이것도 최씨의 자필 포스트잇이 지난 24일 법원 증거물로 채택되면서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파이 영화 속 ‘007’처럼 5분 뒤에 폭발하는 문서로 지시사항을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할 정도”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수첩에 열심히 받아 적으면 오히려 눈총을 받는 상황에서 되려 “상사의 무리한 지시는 받아쓰기하듯 수첩에 남겨야겠다”고 말하는 공무원도 있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의원 38명이 발의한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공무원들 사이에서 ‘공무원 영혼이식법’으로 통한다. 최순실 사태가 상사의 지시에 ‘노’를 외치지 못하는 공무원들 때문에 커졌다는 인식 때문에 나온 법률안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