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서울행 최소화’ 관가 반응
“靑·국회-행정부로 기능 쪼개져 있는 상황총리 주재 회의까지 서울 개최 이해 안가
국회 일정 잦은 변경도 ‘서울 상주’ 일조
국회가 세종으로 오면 문제 쉽게 해결돼”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정부 부처 장관들에게 “세종에서 근무하는 노력을 더 보여달라”고 주문한 것에 대해 관가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 구조에서는 지키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처럼 서울(청와대·국회)과 세종(행정부)으로 기능이 쪼개져 있는 상황에서는 장관들의 ‘세종 공동화’ 현상을 막을 묘수가 없다는 것이다.
세종청사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정부 부처마다 ‘우리 장관 얼굴을 TV에서나 볼 수 있다’고 푸념하는 이들이 많다”며 “대통령과 언론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비판하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정부 주요 회의가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무회의는 물론이고 관계장관회의와 주요 기자회견까지 여간해서는 세종에서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부서울청사 고위공무원도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에만 참석하려고 해도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서울에서 보내야 한다”며 “회의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대통령이 ‘세종을 지키라’고 요청해도 따를 수가 없다. 장관들이 잠시 따르는 척 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제부처의 경우 장관이 세종에 내려오기가 더욱 어렵다. 대부분 경제 관련 인물과 이슈가 서울에 모여 있어서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화요일 국무회의와 수요일 경제활력대책회의, 목요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등에 참석하려면 사실상 한 주 내내 서울에 있어야 한다.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경제인 모임까지 챙기려면 세종에서 업무를 보기가 더 어려워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래도 홍 장관은 이전 장관들보다는 세종에서 업무를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사회부처 한 사무관은 국무회의부터 세종 개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서울에서 회의를 하면서 장관에게 세종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국가안보상 대통령 주재 회의는 서울에서 연다고 해도 국무총리 주재 회의까지 서울에서 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부처의 핵심인 실·국장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를 방문할 때 장관을 직접 보좌해야 하는 데다 직접 참석하는 회의도 많다. 자녀 교육 문제까지 겹치다보니 세종으로 거주지를 옮긴 실·국장은 많지 않다. 실·국장 상당수는 세종에서 자는 날을 대비해 아파트나 원룸을 임대해 놨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에는 ‘5급 사무관은 닷새, 3급 부이사관은 사흘, 1급 실장은 하루만 세종에 있다’는 농담이 있다”며 “평소 실·국장들은 정부서울청사나 국회에 가 있다”고 말했다.
적잖은 공무원들이 “이참에 개헌을 해서라도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서울 출장은 대부분 국회 관련 업무다. 국회가 세종으로 내려오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피력했다. 행정안전부 고위 공무원 역시 “결국 노무현 정부가 처음 구상했던 행정수도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처종합·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