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체제 5단계 최소 2~3일 소요…정부 지시 없인 아무런 조치 못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확진 권한을 지방에 넘겨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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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진 권한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만 가지고 있어 실제로 축산농가와 방역대를 관리하고 살처분에 나서는 자치단체들은 정부의 지시가 내려오기 전에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자체들이 이미 AI 확진 판정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방역대 설정 등 확산 방지 조치에 보다 더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5년째 검토 중이란 답변만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AI 의심 사례가 발생할 경우 전국의 지자체 공무원들이 시료를 채취해 경기 안양에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까지 직접 찾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시간과 경비가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확산 방지를 위한 초동 조치가 그만큼 느려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AI에 감염된 시료를 차량에 싣고 고속도로와 국·지방도를 이용해 오가는 것도 확산 방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를 할 경우 검역본부에서 확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자체는 확산 방지에 필요한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농가에서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지자체 방역관이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역본부에 보내기까지 5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지자체 방역관은 폐사체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부검해 AI가 의심되면 시료를 채취해 검역본부에 보내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폐사체 부검 등을 통해 이미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판단돼도 검역본부에서 확진 판정이 내려질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다. 확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최소한 2~3일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지자체는 확산 방지 조치를 하지 않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자체에 AI 확진 권한을 주면 검역본부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하루 정도 시간을 줄일 수 있다. AI는 촌각을 다투는 전염성이 강한 1종 전염병인 만큼 단 몇 시간만이라도 시간을 단축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더구나 지자체들도 AI 확진에 필요한 장비도 모두 갖췄지만 정부는 검사조차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종환 전북도 축산과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비로도 AI 확진이 가능하지만 정부가 고병원성 여부를 확진할 수 있는 검사 매뉴얼과 프로그램을 내려주지 않아 AI가 발생해도 검역본부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춘선 농림축산검역본부 계장은 “AI 검사는 장비만 갖춰져 있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을 가진 검사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지자체는 맡은 업무가 수시로 변해 현재로서는 전문성을 갖춘 검사 인력이 없다고 판단돼 지방 이양을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