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고립·은둔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4.76점으로 비해당 청소년(7.35점)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됨’(68.8%),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음’(63.1%), ‘절망적인 기분이 들 때가 있음’(59.5%) 등에도 높은 응답률을 보여 심리·정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난 2주 동안 가족·친척 또는 친구·지인과 대화한 적이 없다는 응답률도 각각 8.3%, 5.6%로 비해당 청소년(각 1.9%, 0.8%)보다 훨씬 높아 사회적 지지 기반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고립·은둔 청소년의 39.7%가 회복을 시도했음에도 다시 고립·은둔되는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힘들고 지쳐서’(30.7%)였다. 곁에서 지속적으로 힘이 돼 줄 심리·정서적 지지자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고립·은둔의 주요 원인으로는 친구 등 대인관계 어려움(65.5%), 공부·학업 관련 어려움(48.1%), 진로·직업 관련 어려움(36.8%) 등이 꼽혔다. 미디어 발달과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환경이 고립·은둔을 가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희망의 신호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립·은둔 청소년 중 71.7%가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는 작은 방 안에서 세상을 향해 도움을 청하는 아이들의 간절한 목소리이기도 하다. 대다수 고립·은둔 청소년이 회복 의지가 있지만, 아직은 도울 수 있는 손길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부터 일부 지역에서 고립·은둔 청소년을 대상으로 ‘발견·회복·사후관리’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정부 차원의 전담 지원체계가 처음 구축된 것으로, 현장의 꾸준한 노력과 정성 덕분에 아이들의 회복 사례가 나오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얼마 전 만난 사례관리자는 처음에는 얼굴조차 보여 주지 않던 아이의 방 앞에 편지를 남겨 두고 오는 등 관심과 응원을 꾸준히 보내자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다음에 또 와도 된다”고 말했다는 감동적 사연을 들려주기도 했다.
올해 통계청은 사회조사 문항을 개편해 13세 이상 은둔 인구와 특징에 대해 체계적 파악에 나선다고 했다. 고립·은둔 문제는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적 조사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누구도 외로움으로 인해 고립되거나 은둔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폭넓은 협력과 접근이 절실한 때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2025-05-06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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