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변호사 가운데 150여명은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다.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큰 이유중 하나는 전문성 부족이다.
올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김모(34)씨는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졸업을 앞두고 몇몇 법인에서 채용 제의를 받았지만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정중하게 거절했다.개업보다는 안정된 공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결국 취업을 못해 이제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김씨는 “성적이 중간 정도는 됐기 때문에 취업을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상위 300등 안에 들지 않으면 원하는 곳에 진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70% 정도의 연수생이 변호사로 진출하는데 연수원은 판·검사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어 변호사 실무준비를 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오로지 성적 위주의 연수원에서 등수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판결문보다 차라리 변론요지서를 쓰는데 더 많은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처럼 막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입사 2년차 변호사인 박모(34)씨도 첫 사회 생활이 쉽지 않았다.문서 작성도 서툴러 기업이 원하는 기본적인 소양조차 갖추지 못했다.
박씨는 “송무와 암기 위주의 연수원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획일화된 교육이 현실과의 괴리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사법연수원을 수료해도 실무교육이 부족해 ‘전문성’이 없이 사회로 진출하게 된다는 것이다.지도해줄 선배도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스스로 터득해야 했다.
박씨는 “금융권의 분쟁관련 업무를 맡다보니 이 바닥 생리도 알아야 하고 기본적인 금융지식도 필요했다.”면서 “연수원에서는 관련 실무수습을 받지못했기 때문에 1년 가까이 선배나 동기들을 쫓아다니며 개인적으로 공부했다.”고 털어놓았다.
변호사라면 뭐든지 알 것 아니냐는 선입견으로 바라보는 직장 동료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박씨는 “사실상 백지 상태의 금융분야에서 법률적용 업무는 또다른 차원의 일인데 마치 만물박사처럼 생각하는 것 자체가 괴로웠다.”고 했다.
여성부에서 일하고 싶었던 새내기 변호사 권모(35·여)씨는 “채용 계획이 없다.”는 말 한마디에 뜻을 접고 이달 초 변호사 사무실에 취업했다.권씨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찾아주는 일이 변호사의 중요한 임무라고 할 때 제도에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사회는 그런 뜻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구혜영 김준석기자 koo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