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이전 여부를 결정짓기 위한 국민투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국민투표에 부친다면 국회에서 통과된 대로 행정수도만을 이전하는 것을 투표대상으로 해야 할지,이전 대상을 대폭 확대한 정부의 수도이전계획안에 맞춰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아직 국민투표 실시 여부와 관련,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특히 박근혜 대표는 당 안팎의 여론을 듣기만 할 뿐 가타부타 말이 없다.
한나라당은 다만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과 대선 후인 지난 2월 행정수도 이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전여옥 대변인의 입을 통해 “노 대통령은 후보연설을 다시 한번 보고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이다.이 역시 노 대통령의 공약을 앞세워 결자해지를 요구한 것이지 구체적인 안건을 정해놓고 국민투표를 공식 제기한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지난해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을 덥썩 받아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했다가 복잡한 상황 전개로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던 ‘아픈 기억’과 무관치 않다.
한 당직자는 “재신임 발언 때도 그랬지만 아침 저녁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노 대통령을 어찌 믿겠느냐.”며 “정부가 왜 천도(遷都) 수준으로 부풀렸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다른 당직자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천도를 반대하고 있고,대다수 국민들이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하는 만큼 노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면 될 일”이라며 “당 차원에선 정부가 대책없이 내놓은 ‘천도’에 반대하지만 구체적인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놓고는 당내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보다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특히 서울지역 의원들은 상당수가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을 대책없이 추진하고 있는데는 총선을 앞두고 충청표를 의식해 신행정수도특별법을 통과시켜준 지도부도 책임이 있다.”며 “이제라도 국민투표를 통해 정부의 대책없는 천도 계획을 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