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취업을 선택할 때 저는 과감히 창업을 택했습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불경기와 청년실업이 드리우는 그림자는 깊다.
하지만 취업 대신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억대연봉’의 꿈을 이뤄가는 20대 여성 사장이 있다.핸드메이드 여성손가방 판매점 ‘캣아이’를 경영하는 임수미(24·여)씨가 바로 그 주인공.
●임대료 비싸도 젊은여성 많이 오가는 길목 잡아야
지난해 6월 임씨는 20대 여성 사이에서 퀼트가 유행하는 것에 착안,퀼트로 만든 손가방 전문점을 열어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임씨의 가게는 하루 유동인구만 20만∼30만명에 이르는 강남구 역삼동 시티극장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임씨의 가게는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협소한 데다 전체 면적이 5.5평에 불과하지만 임대료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임씨가 비싼 강남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주 고객이 10대 후반∼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젊은 여성들이 많이 다니는 학원가에 가게를 내려고 마음먹었습니다.그래서 전체 창업비용의 90% 이상이 가게 임대료로 사용됐죠.”
임씨가 가게 임대에 ‘올인’한 이유는 상품이 고객들 눈길을 끌어야 판매가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같은 상품은 5개 이하만 만들어
“상품이 소위 명품도 아니고 브랜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고객들 눈길을 끌 수 있는 길목에 자리잡아야만 했어요.부담이 되더라도 처음부터 중심지에서 시작하겠다는 고집도 있었고요.”
길목이 좋으니 새로운 사업제안을 해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처음에는 퀼트로 만들어진 가방류만 판매했는데,귀고리나 우산 등을 함께 팔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덕분에 고민없이 ‘사업다각화’를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임씨는 자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큰 힘이었다고 말한다.
“퀼트는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어요.아무리 인기있는 제품이라도 5개 이상은 만들지 않습니다.이 점에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임씨 가게의 제품이 특이한 이유는 흔히 볼 수 없는 원단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동대문 시장이나 인터넷 등에서 거래되는 퀼트용 원단을 주로 사용하지만 일본의 기모노 원단이나 동남아시아 전통의상의 원단을 수입해 쓰기도 한다.임씨의 제품에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여성용 가방도 크기나 대강의 형태는 규격화되어 있습니다.그렇다면 특이한 소재를 사용해야 눈길을 끌 수 있겠죠.”
임씨는 10대와 20대 여성을 공략하면 돈이 보인다고 역설한다.
“10∼20대 여성들은 오가면서 예쁜 물건들을 많이 찾습니다.그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승부수입니다.인터넷이나 패션 잡지,옷차림 등을 통해 끊임없이 아이템을 연구합니다.인터넷도 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요.”
임씨는 지금도 홍대 프리마켓이나 이대 근처 등을 돌면서 10∼20대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한다.고객 개개인의 특징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수입 원단 등 특이 소재 사용… 월 수익 800만원 안팎
임씨는 사업파트너의 도움이 없으면 가게가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한다.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는 다니던 교회에서 손재주가 좋은 지인들과 함께 모든 제품을 직접 만들었다.하지만 사업이 번창하면서 물량이 부족하게 된 지금은 약 40%의 물량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퀼트 동호회원들 3∼4명의 도움을 통해 조달한다.
“인터넷을 살펴보면 자신이 만든 퀼트제품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이런 사람들 중에서 믿을만한 분들과 계약을 맺는 거죠.”
또 판매도 사장인 임씨가 직접 담당한다.종종 아버지가 임씨가게에서 판매를 돕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때 저는 제품 공급을 맡고 숍 매니저를 고용해 판매를 맡겼습니다.그런데 아무래도 불필요한 마찰이 생겨서 올해 초부터는 제가 직접 판매까지 하게 됐습니다.”
임씨 가게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손가방·휴대전화 가방·디카(디지털카메라)가방·필통·귀고리 등 30여종에 이른다.가격도 작은 가방은 1만∼1만 5000원,큰 가방은 3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여름·겨울 방학 때는 학원수강생들이 늘어서 그런지 매출이 많이 증가합니다.월평균 수익은 800만원 정도입니다.”
임씨는 가게를 경영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가게요? 결혼할 때까지만 할 거예요.그 이후엔…20대를 주고객으로 하는 새 사업아이템을 구상 중입니다.”
글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