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보다는 고객 입장에서 장사를 하는 것.’ 30평 규모의 네일아트숍에서 한달 평균 15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황대용씨의 성공비결이다.미래 성장산업을 내다보면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는 기존 산업을 응용하거나 여건이 비슷한 외국의 추세를 읽는 방법이 곧잘 사용된다.15년동안 남대문 시장에서 미용소품을 취급하다 방향을 바꿔 네일아트산업에서 일가를 이룬 사례가 있다. 흐름의 변화를 읽어낸 감각있는 상재(商才)가 성공 열쇠를 거머쥐었다.
경안사 사장 황대용(39)씨가 가게 한 귀퉁이에 손·발톱 관련 제품을 내놓은 것은 지난 1999년. 미용소품점 종업원 10년을 거쳐 1995년 자신의 가게를 열었지만 IMF 등의 여파로 빚 4억∼5억원까지 떠안는 등 막막한 상태였다. 생활비조차 벌기 어렵던 차에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네일아트라는 새 분야를 접했다.“나름대로 모험이었죠. 하지만 장사가 안 되는 판에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습니다. 책을 통해 일본 사례를 살폈는데 이때 ‘필(feel)’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네일’이라는 용어 자체가 희귀해서 처음에는 성과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네일아트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서 차차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에는 5평짜리 독립매장을 열고 본격적으로 네일아트업에 뛰어들었다. 매출 곡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네일아트 소매점 사이에 황씨 가게가 제품이 다양하며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단골이 하나 둘씩 늘었다.
이달 초에는 인테리어 비용만 7000만원을 투입, 매장 크기를 30평으로 대폭 늘렸다. 소매 고객을 위해 매장 한 쪽에는 손·발톱 관리와 상담 코너까지 마련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장사는 고객의 입장에서 해야 합니다. 돈을 더 벌려는 욕심에 제게 이익이 많은 것만 내놓으면 당장 수입은 늘겠지만 손님과는 점차 멀어집니다.”
고객의 안목을 갖춘 그가 내세운 첫 전략은 제품의 다양화다. 같은 품목이라도 다양한 회사 제품을 구비해 고객들이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구매하는 수고를 덜어주자는 것. 고객의 심정을 꿰뚫은 ‘네일아트 백화점’은 전체 매상의 90%를 차지하는 단골손님을 300여명이나 모을 수 있었다. 매장에는 매니큐어를 비롯해 핸드로션, 손톱 액세서리 등 네일아트 제품 3000여가지가 진열돼 있다.90%가 미국, 일본 등에서 들여온 수입품이며 가격은 5000∼2만원이 주류다. 여기서 벌어들이는 월 매상은 5000만원, 순이익은 월 1500만원 정도이다.30평 매장의 창업비용은 물건값 1억 5000만원과 보증금·시설비 1억 5000만원으로 모두 3억원 안팎이 들어갔다. “사실 같은 업종에서 20년동안 일했던 ‘경험’이 제게 가장 큰 자산입니다. 동종 업계에서 일한 노하우가 보이지 않게 밑거름으로 쌓여 뒷심을 발휘한 셈이죠.”
●인터넷 통해 해외서도 주문
경안사가 손님을 끌어모은 또 다른 효자에는 인터넷을 빼놓을 수 없다. 매장 초기부터 남대문 시장에서는 흔치 않게 인터넷 홈페이지(www.nailfree.co.kr)를 만들었다. 전화나 대면접촉을 통한 도매거래가 70∼80%를 차지하다 보니 아직까지 전자상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하지만 홍보수단으로는 톡톡히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홈페이지를 보고 뉴질랜드에서 1000만원 상당의 주문이 들어왔다.“이메일로 제품을 구입하겠다고 알려 처음에는 장난으로 취급, 답변조차 하지 않았죠. 이틀 뒤 다시 전화가 왔고 비로소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매상 가운데 1500만원 안팎은 재외 동포를 통한 해외거래로 채워진다. 뉴질랜드 업체 7∼8곳을 비롯해 일본, 미국 등 교포들이 운영하는 업체가 주요 해외거래선이다.
“20년동안 남대문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내국인만 상대로 하던 이 곳에서 이제 외국인은 빼놓을 수 없는 비중있는 고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국제화 바람을 탄 만큼 이제 여기에도 적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글· 사진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