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 서울, 그것도 문화 1번지인 소공동에 천막촌이 등장했다. 롯데백화점 옆 17층짜리 명품관의 준공허가 조건인 보도블록 공사를 앞두고 있지만 노점상들은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막무가내다.
롯데백화점은 속앓이를 하고 있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중구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뒷짐을 지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10시30분쯤 롯데백화점 명품관 ‘애비뉴엘’ 신축공사 현장 앞에서 일본 관광객과 흥정을 벌이던 오해진(71·실내화 노점상)씨는 “가판대를 규격화하는 등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백화점 이미지에 금이 가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노력하겠다.”면서 “70년대부터 이곳에서 벌어 자식들을 공부시키는 등 삶의 터전인데 장사를 못하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다.”고 한숨을 지었다.
명품관이 들어서는 공사장 앞 75m 구간에는 오씨를 포함해 완구를 판매하는 이순녀(72·여)씨 등 모두 12명이 장사를 하고 있다.
롯데측은 “이 구간에는 당초 노점이 없었으며, 공사기간 동안 우후죽순으로 노점이 들어섰다.”고 반박했다.
당초 롯데백화점은 지난 25일까지 명품관 앞 보도블록 보수공사를 매듭지을 계획이었다. 롯데백화점은 명품관 ‘애비뉴엘’의 이미지에 걸맞게 바닥을 대리석으로 장식할 예정이다.
롯데가 바닥 공사에 들어가려 하자 노점상들은 “20년 넘게 장사를 해왔는데,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고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강제로 쫓아낸다면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9일부터 확성기 차량을 도로에 세워놓고 농성으로 맞서고 있다. 한 상인은 “우리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피해를 주지도 않는데 무작정 나가라는 건 죽으라는 얘기와 같다.”면서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하면 자리를 비켜주겠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일단 공사를 하도록 만들어 줘야지 일반기업이 약속을 할 수도 없는 영업권보장을 요구하는 식의 생떼쓰기는 안된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농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달 18일로 예정된 개관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막연하게 기다려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덧붙였다. 이어 “인도 공사를 못해 명품관 준공이 미뤄진다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해당 주무관청인 중구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담당자는 “하나같이 생계형 노점상이라는 점에서 단속이 쉽지는 않다.”고 난처해했다.
중구청은 아직 정확한 날짜는 잡지 않았지만 ‘구청, 상인, 롯데’ 등 3자의 만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롯데가 옛 은행건물을 사들여 오픈하는 명품관, 애비뉴엘(Avenuel)은 ‘애비뉴 오브 라이프(Avenue of life)’와 ‘애비뉴 오브 럭셔리(Avenue of luxury)’의 개념을 합성한 것으로 지상 10층까지는 영업장, 그 위로 17층까지는 오피스텔인 주상복합건물이다.7∼8층에는 극장 5개관이 들어선다. 이 중 한 곳은 명품관 고객을 대상으로 특화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