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잔치 한마당이 시작된다. 고궁·광장·거리 곳곳에서 서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5’가 4월3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5월 5일까지 진행된다.‘서우리’(39·여)씨는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흥미로운 행사만 골라 다니는 서울 마니아다. 그를 따라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알짜배기’ 프로그램을 미리 살펴보자.
# 조용필이다!… 4월30일
이게 얼마만인가. 플레어 스커트를 나풀거리며 아르바이트로 번 용돈을 손에 꼭 쥐고 찾아갔던 콘서트장에서 조용필씨를 처음 본 게 벌써 20년이 다되어간다. 서울광장 무대 위에 선 ‘그’를 본 순간 처음 본 그때처럼 가슴이 콩딱거리기 시작했다.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들으며, 나는 이미 테이프가 늘어날 정도로 반복해 듣던 그 시절로 되돌아갔다. 그가 직접 작사·작곡했다는 ‘청계천’이 발표되면서 콘서트는 정점을 향했다.
내친 김에 좀 더 젊어지자. 야외 댄스 파티 ‘댄스 마니아 인 서울’이 펼쳐지고 있는 명동 중앙로로 향했다.DJ 7명이 흥을 돋운다. 사람들은 물결처럼 일렁이는 리듬에 따라 몸을 흔든다. 말로만 듣던 ‘홍대 앞 클럽’ 분위기가 이런 것이구나…. 저녁 9시에 시작된 파티는 새벽 5시까지 이어졌다.
# 청계천 따라 걸으며 서울에서 세계 여행을… 5월1일
두 아이와 함께 청계천 걷기대회가 시작되는 신답초등학교로 향했다.11시가 조금 넘자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지참물이었던 라디오를 켜니 생방송이 막 시작됐다. 두물다리에서는 농악이, 다산교에서는 탈춤이, 삼일교 위에서는 송파 답교 놀이가 열리고 있었다. 두시간 정도 걸린 도보 여행은 결코 피곤하지 않다.
서울광장 앞에서 서울시청 뒤쪽 무교동길을 따라 무교동 사거리까지는 세계의 산해 진미들이 늘어서 있다. 알고보니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지구촌 한마당’이 진행 중이다. 평소에는 잘 먹을 수 없는 태국의 스프링롤과 인도의 케밥을 아이들과 함께 맛보고 2시 반쯤 서울광장에서 북경·모스크바·베를린·바르샤바·호놀룰루 등 9개 해외 자매도시의 전통공연단이 펼치는 민속공연을 감상했다.‘미니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어 가면을 쓰고 살사·탱고를 따라 추는 ‘세계의 리듬 5+6’이 열려 흥겨운 ‘댄스∼’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 나는 뮤지컬, 얘들은 게임쇼, 어머님은 국악 한마당… 5월2∼4일
월요일(2일) 저녁 7시30분, 가족들의 저녁식사는 ‘중국집’에 맡겨두고, 오래간만에 고교 동창들을 만나 서울광장으로 나왔다. 남경주·전수경·최정원 등 최고의 뮤지컬 배우들이 펼치는 ‘뮤지컬 갈라쇼’에서 ‘미녀와 야수’부터 ‘렌트’,‘사랑을 비를 타고’까지, 적지 않은 돈을 들여야 관람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공짜로 그것도 두 시간만에 보는 행운을 누렸다.
화요일(3일) 저녁엔 게임을 좋아하는 큰 아이를 데리고 ‘프로게임쇼’를 보러, 오늘(4일)은 어머니께 ‘국악한마당’을 보여드리러 다시 서울광장에 나왔다. 서울에 살면서도 남산에 가보지 못한 어머니를 모시고 낮엔 남산 팔각정에 들렀다. 처용무·검무 등 궁중 무용 공연이 펼쳐졌다. 궁중무용 춤사위 배우기 코너에서 흥겹게 어깨를 들썩이는 어머니를 보니 어깨를 눌렀던 일상의 무게가 잠시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서 붉은 기운을 느끼며… 5월5일
어린이날, 아이들을 데리고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 갔다.3년 전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뛰어다니던 그 곳 하늘에는 스카이다이빙과 에어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저녁때 서울광장으로 나와 인순이·윤도현밴드 등이 출현하는 ‘다이내믹 서울’을 보며 소리를 지르니 그날의 그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대∼한민국.!! ! !!.
서재희 고금석기자 s123@seoul.co.kr
■ 하이서울 총기획 표재순씨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들이 자연과 문화를 만끽하며 뛰노는 ‘길거리 종합문화 축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올해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기획한 표재순(69·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특임교수)씨는 행사의 주제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자연과 문화의 한마당’이라고 말했다. 표씨는 2003년부터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주도한 축제 전문가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축제의 주제는.
올해는 청계천이 새로 흐르고 뚝섬에 서울 숲이 개장하는 등 서울이 친환경적인 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해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녹색’ 이미지를 연출했다. 시민들이 친환경적인 도시를 함께 꾸미자는 의미에서 청계천 함께 걷기 등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늘렸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조용필 콘서트·가면 무도회·뮤지컬 쇼·게임쇼 등 누구나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매일 저녁 7시30분 서울광장에서 열린다.‘저녁 7시30분에 서울광장에 가면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월드컵때처럼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거리로 나올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통일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행사는.
‘청계천 함께 걷기 프로그램’이다. 승용차로 고가도로 위를 달리던 시민들은 청계천 물길 위를 직접 밟는 기회를 갖게 된다. 참여하고 싶다는 시민이 많았던 ‘거리 행렬’도 큰 볼거리가 될 것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남대문까지 갖가지 복장으로 꾸민 사람들이 행진을 벌여 장사진을 이룬다.
행사가 다양해 ‘서울’의 축제라는 인상이 없는데.
서울이란 도시의 특색을 하나로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서울 토박이는 27만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000만여명은 8도에서 모였다. 따라서 서울 축제도 다문화적인 서울의 성격이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했다.8도 민속대동놀이·세계음식축제 등 출신지역이 다른 시민들과 외국인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구상했다.
왜 축제를 5월에 하나.
당초 10월28일이 서울 시민의 날이지만 그 때는 다소 춥다. 그래서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봄으로 옮기고,10월에는 ‘드럼 페스티벌’을 연다. 게다가 5월은 어린이날, 노동자의 날이 있는 의미있는 달이다. 일주일간 이어지는 일본의 휴일과 중국의 휴일이 5월에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대부분 지역 전통문화에 뿌리
하이서울 페스티벌이 본받을만한 다른 나라의 축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국적 퓨전문화제를 표방한 하이서울 페스티벌과는 달리 다른 나라의 이름난 축제는 해당 지역의 기후나 특산물, 전통문화 등에 뿌리를 둬 그 기반이 탄탄하다. 특히 일본 삿뽀로의 눈축제,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브라질의 리우축제는 ‘세계 3대 축제’로 손꼽힌다.
매년 2월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눈축제 때는 눈과 얼음으로 만든 조각상이 시내 곳곳에 설치돼 장관이다. 또 일본 전역에서는 지역별로 ‘마쓰리’라는 축제가 일년 내내 이어진다. 도쿄나 오사카에서 열리는 마쓰리가 특히 유명하다.<서울신문 4월26일자 보도참조>
홍콩아트 페스티벌, 중국 하얼빈 빙등제 등도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다.
축제하면 유럽이 연상될 만큼 축제가 많은 유럽의 축제는 다양하다. 종교적인 뜻을 담아 거리와 교회를 꽃으로 꾸미는 이탈리아의 인피오리타, 투우 등 대중적 행사가 이어지는 스페인의 빰쁠로나 페스티벌 등은 고유의 문화를 살린 축제다. 영국의 에딘버러 국제예술제는 전세계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페라·발레 등 고전예술에서 영화·재즈 등 현대예술까지 총망라한 ‘예술의 올림픽’이다. 매년 가을 맥주가 유명한 독일 뮌헨에서 옥토버페스트가 열린다. 수천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천막술집이 뮌헨시청앞에 설치된다.
이외에 브라질 리우축제(카니발)는 흥겨운 삼바리듬에 속살을 내비치며 정열적으로 춤을 추는 무희들의 거리행진이 눈길을 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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