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센터 정병춘(49·4급) 소장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병원에서 간암으로 세상을 떴다. 암 판정을 받은 지 한달 만이었다. 정 소장은 교육인적자원부에 9급으로 들어와 26년간 공무원 생활을 해왔다. 행정자치부에 잠깐 몸담았다가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법이 발효되면서 창설 멤버로 인권위에 왔다.
정 소장은 당시 기획예산처·조달청·한국은행을 오가며 예산을 따내고 건물 및 사무실 집기를 마련하는 등 현재 인권위가 있기까지 물적 토대를 만드는 데 핵심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해 말 농민사망 사건 진상조사와 미인가 장애인 수용시설 실태조사 등 최근까지 굵직한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올해 직제 개편으로 인권상담센터 소장을 맡으면서 수많은 진정 접수 등 민원업무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소장은 2년 전 금실 좋았던 아내를 암으로 먼저 떠나보낸 뒤 외아들과 둘이서 지내왔다.1999년 국무총리 표창,2002년 국가인권위원장 표창에 이어 지난해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인권위는 이례적으로 지난 18일 밤 조영황 위원장과 곽노현 사무총장 등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안실에서 추도식을 가졌다. 시신은 19일 전북 무주 선영에 안장됐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06-4-20 0:0:0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