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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구리에선] ‘고구려 프로젝트’ 재점화…中 동북공정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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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프로젝트로 동북공정(東北工程) 파고를 넘는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좁은 땅(33.3㎢), 주민 19만여명에 불과한 경기도 구리시가 동북아의 대제국이던 ‘고구려의 기상’을 테마로 대규모 역사복원과 개발계획을 동시에 추진중이어서 주목된다.

역사테마공원 조감도
구리시의 고구려 ‘고구려 역사도시’ 조감도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455호)인 관내 아차산 보루군(堡壘群) 정비·복원과 20만평에 이를 역사테마 유적공원인 ‘고구려 역사도시’ 조성계획이 그 핵심사업이다.

구리시의 ‘고구려 프로젝트’는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우리의 고대사를 삼키려 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선다는 명분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시설도, 가용할 땅도 거의 없는 구리시에 연간 수백억원의 재정수입을 가져올 실익도 기대하고 있다.

토기등 1500여점의 유물 출토

구리시는 지난 7월 문화재청이 승인한 ‘아차산일대 보루군 종합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114억원을 들여 관내 아차산 1∼5보루와 시루봉·망우산1·용마산5보루 등 8개 보루의 정비와 복원사업을 편다.

아차산 일원엔 서울 관내에 용마산 6곳, 홍련봉 2곳, 망우산 3곳의 보루가 더 있다. 아차산은 지난 1994∼95년 역사문화유산 지표조사가 실시돼 구전으로 내려온 고구려 보루유적의 존재가 공식 확인됐다. 서울대박물관이 2000년까지 발굴작업을 벌여 보루의 성벽유적 등과 함께 총 1500여점에 이르는 철제·토기로 된 항아리·접시·무기·마구와 농기계·생활용품 등을 찾아냈다. 발굴 유물의 규모는 그때까지 남한에서 발견된 고구려 유적·유물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시내 곳곳에 고구려 정취

지난 94∼95년 관선시장을 거쳐 98년 민선시장에 당선된 현 박영순 시장은 구리시를 ‘고구려 역사의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일련의 캠페인과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00년 밀레니엄 행사에 맞춰 시청 정문앞에 대형 북을 만들어 고구려 고각(鼓閣)을 세웠고, 시의 관문인 토평대교에 고구려 투구 모양의 대형 아치조형물을 설치했다. 교문2동 장자대로 변에는 광개토대왕 대형동상을 세웠고, 아파트 외벽을 중국 지린성(吉林省)과 평양 고구려 고분의 ‘수렵도’ 그림 등으로 장식하는 사업도 폈다. 시 청사엔 현재도 ‘고구려의 기상, 대한민국 구리시’란 캐치프레이즈가 걸려 있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과 아차산에서 숨진 온달장군을 추모하는 이벤트도 연례적으로 열었다. 지난 2000년 10월엔 한·중·일 학자를 초빙, 구리·고구려 국제학술회의도 열어 아차산 유물의 중요성을 검증받았다.

2002년 구리시는 아차산 기슭 아천동 151번지 일원 10만평에 고구려박물관이 포함된 유적공원을 세우기로 하고 관련 TF팀을 구성했다. 당시 용역결과에 따르면 사업비는 1500억원, 연간 관람료 수입 등으로 얻게 될 수입은 4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 계획은 미국과 일본 투자전문회사로부터 투자의향서도 받았으나 박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낙선하면서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후임 이무성 시장은 예산문제와 감사원의 ‘규모과다’ 지적 등을 이유로 고구려 유적공원 계획을 백지화하고 아차산 일원 8200여평에 600억원을 들여 ‘국립 고구려박물관’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전국에 산재한 국립박물관의 지자체 이양 방침에 어긋난다는 이유 등으로 난색을 표했다.


아차산 보루
구리시 아차산에서 발굴된 고구려 보루.


역사박물관 국민 모금운동 검토

박영순 시장이 재선출되자 다시 TF팀을 구성,‘국립 고구려박물관’을 ‘고구려 역사박물관’으로 바꾸고 박물관과 역사교육장 및 촬영세트장 등이 들어서는 20만평의 유적공원을 오는 2010년까지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유적공원엔 복원된 고구려 보루와 함께 광개토대왕비·장수왕릉·안학궁과 고분벽화 등 북한과 중국내의 대표적 고구려 유물·유적이 재현될 예정이다.

유스호스텔과 오락·유희시설, 저잣거리 등 고구려 생활체험촌도 조성된다. 공원이 들어설 곳은 서울과 인접하고, 서울외곽순환도로 및 중부고속도로의 토평IC와 연계돼 뛰어난 접근성을 갖췄다. 이용객은 2010년에 740여만명, 매출액은 23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사업비는 총 4000억원 규모로 일부 기반시설비를 제외하고 민자를 통해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1단계 사업이 될 고구려 역사박물관 건립사업은 천안 독립기념관을 전례삼아 범국민 모금운동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공중파 TV방송이 앞다퉈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연속극을 방영중이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어이없어하는 국민적 정서가 팽배한 만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구리시는 유적공원을 중국과 북한에 주로 있는 고구려의 역사적 실체를 확인시키는 교육의 장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재현될 유적유물은 중국이 광개토대왕비의 본래 비각(碑閣)을 철거하고 중국식 비각으로 대체한 사례에서 보듯, 왜곡된 부분은 고증을 통해 원형대로 살려낼 예정이다.

그린벨트 규제완화가 관건

구리시 고구려 유적공원 사업엔 현행법의 보완 등이 선결돼야 한다.

공원 예정부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탓에 박물관 시설은 가능하나, 재현 유적·유물의 설치가 곤란하다.

구리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교통부에 그린벨트 관련규제 완화를 요청중이다. 박영순 시장은 “동북공정으로 ‘역사지키기’에 대한 국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고, 여·야가 준비중인 ‘고구려 사적 복원 및 지원사업에 관한 법률’이 조만간 마련되면 사업이 급속도로 탄력을 받는다.”고 기대했다.

구리시와 국회 고구려포럼은 지난 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박영순 시장과 구리 출신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 서영수(단국대), 윤명철(동국대), 임효재(서울대)교수와 건교부 이재홍 기획관이 참가해 고구려 역사유적 공원조성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었다.7∼9일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구려 역사복원을 위한 예술제도 열렸다.

구리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박영순 구리시장


박영순 구리시장
“동북공정으로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마구 변형되는 와중에 원형모델을 보존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박영순 구리시장은 지난 94년 관선시장 때부터 서울의 특색없는 위성도시에 불과했던 구리시의 발전 테마를 내심 ‘고구려’로 정했다.

최근 4년 동안의 야인시절에 그가 쓴 에세이집 ‘가슴으로 부르는 구리사랑 노래’엔 고구려 관련 부분이 전문사학가 수준 못지않은 지식을 바탕으로 광범위하게 기술돼 있다.

“1500년 전 고구려의 모습을 재현하자는 것이 고구려 유적공원 사업의 핵심입니다. 유적공원이 조성되면 구리시는 중국의 지안(集安), 북한의 평양과 함께 3대 고구려 유적도시로 대내외에 확실히 자리매김할 겁니다.”

외교관 출신의 박 시장은 “중국의 동북공정은 한반도 통일 이후 만주를 둘러싼 영토분쟁 발생에 대비하려는 중국의 속셈 때문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고구려사를 우리 민족사로 인정받으려면 중국이나 평양에 가지 않고도 고구려 역사·문화를 체험할 장소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은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을 공약사항으로 내걸고 출마,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의 유일한 단체장 당선자가 됐다. 박 시장은 장차 고구려 유적공원을 아차산과 장자못, 한강변 토평 꽃단지 등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의 구심점이 될 관광벨트로 묶는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구리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이이화 서원대 교수


이이화 서원대 교수
“아차산 출토 고구려 유물이 10년째 마땅한 장소가 없어 서울대박물관에 방치상태로 임시 보관중입니다.”

역사학자 이이화(서원대 석좌교수·69)씨는 12일 “국민의 역사의식을 높이고, 사학계의 고구려사 심층연구를 위해서도 자료관 형식의 현장박물관 건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차산 유적지를 공유하고 있는 서울 광진구도 유적공원 건립을 구상했던 것으로 아나, 지역적 여건으로 보아 구리시에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시리즈로 출판된 ‘한국사 이야기’의 저자이자 고구려역사문화보존회 이사장인 이씨는 25년째 아차산 가슭에 살며 아차산과 고구려의 관계를 현장에서 연구해 왔다.

“한강변 아차산은 삼국시대 신라·백제·고구려 삼국의 접경지로서, 고구려가 장수왕시대에 백제를 침공해 개로왕을 참수하고 한강 진출을 이룬 곳입니다.100년 가까이 이 지역을 지배했고 온달 장군이 전사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추가 발굴도 시행돼야 합니다.”

이 이사장은 “동북공정의 와중에 ‘고구려 역사지키기’는 범국민적 관심사이고, 책으로만 고구려를 배우기보다는 재현된 유적·유물을 통해서라도 실물을 접하는 것이 당연히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차산 고구려 유적도 복원·보존하고 ‘역사교육의 장’이 되도록 그린벨트 관련규정 등 법률적 장애를 조속히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리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2006-11-13 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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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